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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옛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에 복합문화단지 'K-익스피어런스(K-Experience·가칭)'를 만들기로 한 것은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노린 선택으로 풀이된다.
비록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던 7성급 호텔 건립은 정치권의 입장 차이로 불발됐지만 그에 버금가는 '한국판 롯폰기힐스'를 만들어 서울 강북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21세기 사회는 문화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시민에게 양질의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복합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호텔 건립은 불발…명분·실리 '두 토끼' 노려=이처럼 호텔이 빠진 복합문화단지를 만들기로 한 것은 실리와 명분을 두루 감안한 조 회장의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진그룹이 적극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갑론을박만 지켜보며 무작정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7성급 호텔 건립을 목표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의 부지를 매입했지만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학교 50~200m 이내(학교정화구역)에 신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관관광진흥법 일부 개정안의 통과가 여야의 입장 차이로 아직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청와대가 호텔 건립 규제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기미가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해 말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한풀 꺾이기도 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숙박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상 사실상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숙박시설을 제외한 문화단지 건립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한항공은 "앞으로 법 개정 상황에 따라 호텔 건립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제2의 '롯폰기힐스' 건립…문화단지 소유로 관광 노하우와 시너지 창출"=3만6,642㎡ 부지에 자리할 K-익스피어런스는 최첨단 문화시설에 전통문화를 접목하는 것이 핵심 키워드다. 처마·기와 등 고유의 건 양식을 활용하되 공연시설과 식당, 전통 체험 공간 등을 아우르는 종합문화센터로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 센터 인근에는 경복궁과 광화문·인사동 등 서울의 주요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어 꾸준한 관광객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하 3층, 지상 4~5층 규모로 오눈 2017년까지 1차 공정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며 "K-익스피어런스는 일본의 롯폰기힐스와 로스앤젤레스(LA) 라이브, 상하이 신톈디(新天地) 등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벤치마킹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복합문화단지가 건립되면 한진그룹은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 운영을 통해 오랜 기간 관광 노하우를 축적한 한진그룹이 대규모 문화시설까지 소유하게 되면서 막대한 시너지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불황 등의 각종 변수로 부침을 거듭하는 한국 관광산업을 활성화는 데도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진그룹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LA 라이브의 경우 활력을 잃어버린 도시 전체를 탈바꿈시킨 사례로 평가를 받는다.
한진그룹은 K-익스피어런스를 △열린 공간 △모둠 공간 △전통 공간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할 계획이다.
열린 공간에는 시민광장과 카페, 모둠 공간에는 미술 전시장과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다. 전통 공간에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산책로와 장인들이 제작한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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