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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수노조 시대… 대화 더 늘려야


올해 7월부터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대혼란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법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하고 과반수 노조에 배타적 교섭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기업에서 노ㆍ노ㆍ사 간 갈등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4년 정도의 과도기적 혼란을 겪은 후 새로운 질서가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법해석 논란등 법다툼 잦을듯 사실 지난 20여년간의 노사관계 흐름을 추적해보면 매우 전투적인 노동운동이 등장해 빠른 임금인상과 각종 권리의 확장을 가져왔지만 일부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안정과 풍부한 기업복지 수준에 비하면 사회 전체적인 노동의 지위는 외환위기 이후 오히려 저하돼온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1987년 이후 후퇴를 거듭하던 사용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손해배상ㆍ가압류나 단협 일방해지 등의 집단적 노사관계 대책 이외에 아웃소싱과 성과급제 등을 통한 조직적ㆍ개별적 노사관계 대책으로 성공적으로 노조를 길들이고 비용을 절감해온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법제도가 이러한 지난 10여년의 흐름을 역전시키게 될 것인가. 몇몇 무노조기업을 비롯한 대표적인 기업들의 예방적 노무관리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는 소식을 별개의 논의거리로 하더라도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심지어 어용노조를 음성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는 사용자의 재량권과 동원 가능한 자원들을 고려하면 퇴조기에 처한 노동운동에 대해 경영계의 헤게모니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정규직 노조가 버티고 있는 현대자동차에서조차 지난 2년간의 무파업과 그 이전 수년간의 부분파업 혹은 잔업거부 수준의 투쟁 강도를 보면 이제 노사가 한편으로는 게임의 규칙에 익숙해진 것으로 보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의 전투성이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적인 노동운동의 퇴조기에 더해 특히 우리나라의 기존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고령화에 따른 활동력 저하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청년 세대 등에 대한 새로운 조직화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규모 대중 동원에 의한 투쟁보다는 법에 의존한 권익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처음으로 시행해보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와 타임오프 제도이기 때문에 법 해석과 약속 이행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빈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도권 내로 포섭되지 못한 사내하청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간헐적이지만 강고한 투쟁과 맞물리면서 앞으로의 노사분쟁은 ‘저강도 투쟁이 일상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적 목소리를 수렴한 대표성 있는 노조와 합의하고 단체협약을 이행하는 모델에 비하면 대형 분규는 줄어들지만 수많은 소송과 대표 사업장들에 대한 상징적 투쟁들이 누적되면서 사회적 비용은 결코 이전보다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委 중요성 훨씬 커져 개별화된 비용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역시 대표성을 갖는 주체들 간의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양대 노총의 조직화 경쟁과 관련한 신사협정, 공격적 어용노조에 대한 우려 불식, 비정규직에 대한 이해대변 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노사정위원회 등의 사회적 대화체는 매우 소중한 존재이다. 가장 마지막에 의존해야 할 법적 쟁송에 앞서 노사 자율주의를 정립하고 여기에 책임 있는 정부 주체도 참여해 사회적 약속으로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산업현장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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