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물밑에서 조용한 행보만 보이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두고 '당선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최근 총리 후보자 지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자신의 통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원칙을 중요시하고 신중하다는 것이 그간 박 당선인의 이미지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과감하고 속도전을 즐긴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통의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언론 등 외부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관료 사회와 재계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역시 화제다.
인수위 출범 이후 삼성동 자택에서 신중하게 새 정부 인선작업에 몰두하던 박 당선인은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 및 인수위 방문 ▦김용준 총리 후보자 지명 ▦경제 1ㆍ2분과 토론회 참석 등 '광폭행보'를 이어가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통치 스타일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경제분과 토론회를 통해 나타난 박 당선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인수위가 공개한 경제1분과 토론회 대화록은 인수위원들과 당선인의 '대화'라기보다는 박 당선인의 '작심 발언'에 가깝다.
인수위원들에게 독촉에 가까울 정도로 빠른 정책 추진을 강조하는 것도 평소 박 당선인의스타일을 생각하면 의외의 모습이다. 박 당선인은 경제1분과 토론회에서 "실행하기도 바쁜데 법을 빨리 (개정) 해야 한다" "유통구조 개선은 굉장히 지금 해야 한다" 등 정책의 속도전을 수차례 강조했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고집스럽다는 '불통'의 이미지는 완전히 벗지 못했지만 외부의 비판에 귀 기울이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다. 박 당선인은 경제 1분과 토론회에서 언론 등의 비판이 많았던 일부 공약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명을 내놓았다.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와 관련해서는 "그렇게 할 집주인이 어디 있냐고 그런 얘기를 듣는데 인센티브를 잘 만들어서 실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가계부채 해소 기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냥 (재정을) 안 쓰고 가만 있으면 되는 것이냐"며 "중장기적인 파급효과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가와 재계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박 당선인의 다양한 메시지들도 주목 받고 있다. 관료 인맥이 두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관료조직의 생리인 '부처 이기주의'를 강력하게 질타하며 관료 사회를 휘어잡았다.
박 당선인은 또 재계의 기존 순환출자 문제는 건드리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지만 대기업 하청, 유통구조 개선 문제 등은 "이 시기에 잘해놓아야 한다"며 집권 초 강력한 기업 단속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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