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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벽두부터 일본영화 태풍

올 상반기 개봉대기중인 일본영화는 줄잡아 18편(표참조). 지난 98년 10월 1차 개방후 3편(「하나비」·「가게무샤」·「우나기」), 99년 9월 2차 개방후 3편(「나라야마부시코」·「링」·「러브레터」)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편수다. 특히 올해 국내 관객을 만나게 될 이들 영화는 70여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아니라 일본내서나 해외에서 화제를 모으는등 대중성까지 곁들여져 국내 관객 점유율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또한 일부 영화는 지난해에 부산영화제 등을 통해 알려지고 오랫동안 일본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필독영화」로 알려진 작품들이다.특히 사무라이 활극을 코믹하게 그린 흑백영화 「사무라이 픽션」(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은 흥행성이 점쳐진다는 이유로 국내 직배사 월트디즈니사가 배급에 적극 나섰다. 디즈니사는 서울의 서울극장·명보극장·씨네코아 등 자체 배급 라인을 통해 서울시내 20여개관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 「사무라이 픽션」은 제목에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시작과 함께 「사무라이 극」의 통념을 허문다. 검 대신 기타를 메고 있는 듯 키만 멀대같이 큰 풍운아 사무라이(카자마츠리)와 세상을 모르는 천방지축 젊은 사무라이(헤이지로), 돌팔매로 대결하는 검의 달인 사무라이(한베이), 어눌한 동작의 늙은 닌자 등. 출연인물들은 하나같이 만화적인 캐릭터에 액션도 코믹해 웃기고 록큰롤의 사운드에 빠른 편집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는 것이 수입사의 설명이다. 올해 일본영화 마케팅의 또다른 변화는 상영관수를 20개 이상으로 넓힌다는 것이다. 「러브레터」(이와이 지 감독) 이전의 대부분의 영화들은 서울시내 10개관 이상을 넘지 않았다. 그만큼 올해 작품들은 대중성이 있다는 증거다. 우선 올해 개봉 첫주자는 8일 개봉되는 일본의 야큐자 이야기를 그린 「소나티네」(키타노 다케시 감독). 거창하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무적인 야쿠자들의 폭력이 정물화처럼 단순하게 그러나 섬뜩하게 그려지고 있다. 다음으로 개봉일을 계획하고 준비에 들어간 작품들은 「사무라이 픽션」을 비롯해 「철도원」(야슈오 푸루하타 감독), 「쉘 위 댄스」「자살 관광버스」(히로시 시미즈 감독) 등이 있는데 2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4월의 이야기」(이와이 지 감독)도 4월 1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바운스」「트러블 슈터」(이상 하라다 아사토 감독)「가미가제 택시」(야큐쇼 코지 감독) 등이 그 뒤를 잇게 된다. 한편 지난해 11월20일 서울시내 23개관서 개봉한 「러브레터」는 지난 4일 현재 전국 120만명 돌파, 장기상영중이다. 특히 잠실의 키노극장은 당초 구랍 31일까지만 상영하기로 했던 결정을 깨고 심야상영을 통해 무기한 장기상영에 들어가는 의외성을 보였다. 키노극장 관계자는 관객수가 매회 10명 이내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영원히」 상영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러브레터」의 흥행성은 「전체연령 관람가」에다 멜로영화라는 장르로 관객 포용력이 매우 넓다는데 있는 것으로 평가되 ■「소나티네」는 어떤 영화 『나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항상 마음속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야쿠자 3부작(「그 남자 흉폭하다」·「비등점」·「소나티네」) 중 마지막에 해당하고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소나티네」는 죽음에 대한 다케시 감독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다.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다케시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세번 반복되는데 한번은 총알없이 하는 장난이지만 두번은 뻥 뚫린 두피 사이로 피가 용솟음치는, 몸서리쳐지는 장면(한 장면은 꿈)이다. 다케시는 이 영화에서 예의 그 무표정한 표정으로 야쿠자 보스 무라카와를 연기하는데, 자살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리고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면 죽고 싶어진다』라는 말을 하며 죽음에 대한 경외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무라카와를 좋아하는 여인, 미유키가 『난 강한 남자가 좋아요』하자 『무서우니까 총을 쏘는거야』라는 말을 하며 자신은 강한 남자가 아니라 오히려 약한 남자임을 스스로 밝힌다. 무라카와는 처음에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작은 조직의 보스지만 마음에 안 들면 최고 보스의 오른팔이라도 손을 봐줘야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 살인은 파리잡듯 간단하다. 상납하지 않는 술집 주인을 기중기에 매달아 바다에 빠뜨린 뒤 무심하게 부하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익사시킨 일이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를 뜨는 무라카와의 무표정한 연기는 소름끼치는 충격을 준다. 그러나 야쿠자 집단의 내분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바닷가의 허름한 집에서 무료하게 소일해야 하는 무라카와와 그의 부하들은 한없이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한밤중에 폭죽놀이를 하거나 해변에 구덩이 함정을 파놓고 부하들을 빠지게 하는 무라카와의 장난기는 야쿠자 생활,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물론 곧 엄습할 죽음에 대한 여유로운 대비일 수도 있다. 「소나티네」는 「폭력을 시적으로 미화시킨 다케시 스타일의 절정」이라는 평을 받으며 93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부문과 런던영화제에 초대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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