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투자의 창] 통화삼분지계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 시도는 국제 금융질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AIIB는 곧 출범할 테니 첫 단추는 끼운 셈이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것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브레턴우즈 체제 출범 후 70년이 지난 지금 달러 독점 기축통화 체제의 변화는 국제 경제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까.

통화를 독점 발행하면 과다 발행되는 경향이 있다. 18~19세기 영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러 은행들이 각각의 은행권을 발행할 때는 경쟁 때문에 은행권이 과다하게 발행되지 않았다. 은행권의 질을 유지하지 못해 가치가 하락한다면 사람들이 그 은행권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 은행이 은행권 발행을 독점할 경우 과다 발행돼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날 중앙은행에 화폐발행 독점권한을 주되 중앙은행을 독립적인 위치에 둬 화폐발행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한 국가의 통화와 달리 세계의 통화는 통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달러처럼 독점적인 세계통화(기축통화)는 과다하게 발행돼왔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유럽 부흥을 위해 달러 발행을 대폭 늘렸고 지난 1971년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하기에 이르렀다. 1970년대 이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의 비중을 계속 키우면서 달러공급을 확대해왔다. 달러 과다 발행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확대됐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 이후에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4조달러 이상을 풀어 위기를 헤쳐나갔다. 몇 개의 기축통화가 경쟁하고 있었더라면 사람들은 달러를 버리고 다른 기축통화로 이동했을 것이다.



기축통화의 이점은 무척 크기 때문에 여러 나라들이 이 지위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도 한때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유럽은 이에 도전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의 통화를 하나로 통합했다.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파도에 배가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쇠사슬로 서로 묶었던 연환계 작전과 유사하다. 이제 중국이 세계 통화를 삼분하려 하고 있다. 마치 제갈량이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설파한 것을 연상시킨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통화삼분지계(通貨三分之計)라는 두 수레바퀴를 굴려 갈 것이다.

향후 한 통화가 독점하는 기축통화 제도에서 두세 개 통화가 경쟁하는 패러다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단일 기축통화의 지속적인 과다 발행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뿐 아니라 달러라는 독점적 기축통화 체제를 근간으로 움직이던 세계 경제의 메커니즘도 달라지게 된다. 경제학 공부를 다시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