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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개소세 인하 적용 '입맛대로'

싼 차 가격 더 깎아주고 특정구간 일괄할인 '고무줄 계산'

벤츠 E220·C220 똑같이 80만원 할인… 정부정책 비웃는 수입차



수입차, 개소세 인하 적용 입맛대로

마진탓에 인하폭 역전… 국산차 할인의 절반 그쳐

"이상한 세금계산법… 수입차만 배 불린다" 지적도


대당 가격이 8,040만원인 BMW의 대표 스포츠카 'Z4 sDrive 28i'는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로 값이 60만원 낮아진다. 하지만 BMW의 인기차종인 '520d 엑스드라이브 럭셔리' 모델은 70만원을 깎아준다. 차량 가격은 '520d'가 7,390만원으로 더 낮지만 개소세 인하에 따른 할인폭은 가격이 싼 모델이 더 높다. 역전현상이 생긴 것이다.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낮췄지만 수입차들은 이를 제멋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는 차 가격에 비례해 값 인하가 이뤄지는 게 정상이지만 싼 차의 할인폭이 더 큰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특정 구간대를 묶어 일괄적으로 깎아주는 고무줄 계산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할인액도 국산차에 비해 과도하게 적다. 한마디로 정부의 조세정책까지 비웃으며 가격 책정이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28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렉서스 등 주요 수입차를 중심으로 개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 반영이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가격역전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벤츠의 주요 차종인 'C클래스'도 'C200'은 4,860만원에서 4,790만원으로 70만원 깎아주는 반면 'C220 CDI 쿠페'는 5,340만원에서 5,280만원으로 60만원밖에 할인해주지 않는다.

수입차는 해외에서 수입해온 가격에 개별소비세(5%)와 교육세가 붙는다. 여기에 마진(이윤)과 부가가치세를 더해 소비자가격이 정해진다. 정률로 과세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수록 세금인하에 따른 할인폭이 커야 정상이다.

구간으로 묶어 일괄적으로 할인해주는 사례도 나온다. 렉서스는 5,000만원대 차량은 정액 60만원 같은 식으로 묶어서 할인한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산차들은 차 가격을 감안해 만원대까지 할인해주는 것과 대조된다. BMW와 벤츠도 사실상 가격대별로 할인폭을 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국산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금인하를 통한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차의 이상한 할인계산은 계속된다. 현대자동차로 치면 '쏘나타'급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200 아방가르드'와 'E220 블루텍'은 가격대가 6,100만~6,540만원인데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공식 할인폭이 80만원이다. 그런데 '아반떼'급인 'C클래스'의 'C220 d'와 'C250 d 4매틱'도 똑같이 80만원을 할인해준다. 차 가격대는 5,420만~6,350만원 수준이다. 쏘나타와 아반떼에 같은 할인을 해주는 꼴이다.



브랜드별로 할인폭을 비교해보면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포드의 6,035만원짜리 '머스탱 GT 쿠페'는 개소세 인하에 따른 할인폭이 130만원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BMW 인하액의 2배가 넘고 벤츠보다도 50만원가량 많다. BMW의 경우 대당 1억4,300만원이나 하는 고성능차 'X6 50d'가 130만원을 깎아주는데 차 가격은 두 배가 넘는다.

이들 업체는 "차 가격은 세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결정요인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비슷한 가격대의 같은 수입차끼리도 세금인하에 따른 할인폭이 천차만별이고 구간대를 설정해 차 가격을 깎아주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가 많다.

실제 주요 수입차 업체인 아우디는 국산차 업체와 비슷하게 세금감면에 따른 가격 할인금액을 원 단위까지 지정해서 딜러사에 내려보냈다. 아우디 'A4 35 TDI 콰트로'는 5,150만원이던 가격이 개소세 인하로 62만6,755원이 내려가 판매가는 5,087만3,245원이 됐다. 이런 식으로 아우디는 판매 전 차종을 원 단위까지 할인한 표를 제공하고 있다. 판매가를 1,000만원 단위로 끊어서 정액을 깎아주는 BMW나 벤츠·렉서스 같은 업체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인하가 발생하는 것은 마진(이윤)에 있다. 국산차는 출고가에 이미 마진이 덧붙인 다음에 세금이 붙기 때문에 세금 인하폭을 계산하면 정확히 차 가격 인하금액이 나온다.

하지만 수입차는 차를 가져온 뒤에 세금과 마진이 붙는다. 세금을 내려도 마진을 조정하면 판매가격은 변동이 없거나 인하폭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기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금인하가 수입차 업체와 딜러사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개소세 인하에 따른 수입차들의 할인 절대금액을 놓고 보면 국산차와 비교해 너무나 낮다.

1억1,150만원짜리 현대차 '에쿠스'는 이번 세금감면으로 차 가격이 204만원 낮아진다. 최고가 차량이 2억원이 넘는 BMW는 이번에 200만원 이상 할인되는 차가 한 대도 없다. 아우디도 차별로 자세하게 구분해 할인을 하고 있지만 1억원대 초반 차량은 100만원대 수준에서 차 가격을 깎아주고 있을 뿐이다. 현대차의 절반이다.

벤츠의 'AMG C 63(1억1,600만원)'도 160만원 수준이다. 슈퍼카인 '페라리'도 차 가격은 3억원대 초반에서 5억원을 호가하지만 할인폭은 400만~600만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책 발표를 한 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할인폭조차 정하지 못한 업체들도 있다. FCA코리아나 재규어랜드로버·마세라티 등은 할인폭을 검토 중이다. 재계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과도하게 불투명하게 가격산정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할인도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데다 원화 강세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 혜택도 흐지부지되거나 되레 가격이 인상된 적도 있는 탓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마진 부분을 거론하면서 제대로 가격산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개소세 인하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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