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항공업진출 물거품될듯

현대, 항공업진출 물거품될듯

현대의 항공업 진출이 결국 `날개'를 접었다.

21일 산업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우주항공이 지난해 7월 중형항공기 B717-200 날개 독점공급계약 위반을 문제 삼아 보잉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지난달말 양측 합의로 취하됐다.

합의내용은 현대가 당초 공급키로한 날개 250개 물량중 50개만 공급하는 선에서 거래를 끝낸다는 것.

보잉에 대한 날개공급을 발판으로 세계 항공업 무대에 진출하려던 현대는 내놓고 말은 않지만 억울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소송가액만 7억5,000만달러(9,000억원 상당)를 기록한 이번 송사의 발단은 현대와 보잉이 계약을 맺은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약의 골자는 현대가 단계적으로 날개 250개를 보잉에 독점공급한다는 것이었다.

계약당시 현대는 세계 항공시장 진출을 위해 날개당 공급가를 정상가 보다 낮은150만 달러 수준에서 지급받기로 하는 등 불이익까지 감수했다. 그러나 이후 보잉은 캐나다쪽으로 납품선을 돌리려고 하면서 날개 조립용 부품공급을 중단하거나 3년간 무려 4,000번에 걸쳐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등 의도적으로 계약을 위반했다는게 현대의 주장이다.

어쨌든 이번 소송결과를 계기로 현대의 항공업 진출의 `산실'이었던 현대우주항공은 설립한지 5년만에 청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산공장은 738억원에 현대자동차 소그룹내 한국DTS로 넘어가 변속기 공장으로 개편될 운명이고, 보잉과 합의한 날개 50개 공급문제는 통합법인 한국항공우주가 맡아 내년 5월까지 납품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의 항공업 진출이 좌절됐다는 것보다 거대미국기업의 횡포에 당할 수 밖에 없는 국내기업의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