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중견기업 퍼주기 안된다] <4> 2·3차 업체의 눈물

■ 대기업 보호 받으며 중기엔 甲노릇…내리사랑 펼쳐야<br>납품 단가 후려치고 개발비 덮어씌우기 등<br>불공정 관행 부지기수<br>중견기업에 포커스 맞춰 상생문화 조성해야<br>동반성장 온기 확산

윤상직(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월17일 '자동차부품 중소·중견기업인 간담회'에 참석, 자동차부품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자동차 완성차-모듈부품-중소부품기업 전반의' 제값 주고받는 거래관행'을 정착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1차 협력사들은 대기업과 달리 정부와 언론의 관심 밖에 있기 때문에 아주 대담하게 행동합니다. 단가 후려치기뿐만 아니라 신규 차종이 나와서 부품을 개발할 경우 개발비용까지 덮어 씌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 A사)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에서는 동반성장의 모범사례가 차츰 뿌리내리는 반면 1차 협력업체인 중견기업의 '갑의 횡포'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2ㆍ3차 협력업체들의 눈물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이에 따라 동반성장의 온기를 2ㆍ3차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으로 고루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동반성장 정책 방향의 큰 줄기를 1차 협력업체인 중견기업 부문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8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동반성장 체감도는 30대 그룹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의 경우 43.6%에 이르렀지만 이들 1차 협력업체에 공급하는 2차 하청업체는 5.7%에 불과했다. '중견기업 보호'를 소리 높여 외치며 대기업으로부터 현금결제 등 따뜻한 대우를 받는 1차 협력업체들이 정작 자신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 대한 내리사랑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

중견기업 단체들은 최근 하청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해달라며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중소기업들이 받는 하도급법 보호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공정위가 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직전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6,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의 보호를 해주기로 한 것. 그러나 정작 중견기업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읍소하던 하도급법상 보호를 2ㆍ3차 업체들에 해주고 있는지, 해줄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극히 의문이다.

1차 협력업체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견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관행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을 사지에 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한산업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공정위에 신고한 A사가 바로 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먹이사슬의 끝에서 어떻게 사경을 헤매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현대ㆍ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인 서한산업은 지난 12일 하도급 업체들에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인하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5억4,4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중 1억5,000만원의 배상을 받게 된 A사의 경우 손실액은 십수억원에 달한다.

A사는 서한산업이 너무 힘들게 하자 거래종료 1년 전에 다른 업체와 거래를 시작하고 서한산업과 거래를 끊어 버렸다. 다른 업체들처럼 서한산업과 거래 비중이 100%여서 서한산업에 맞춘 기계설비 등 손실은 막대했다.



A사 관계자는 "워낙 횡포가 심하다 보니 모험을 했다"며 "2차나 3차 업체들은 잠깐만 삐끗해도 심각해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갑을관계가 자동차 부품 같은 경우는 특히 심하다"며 "수십억원을 들여 사온 기계들이 자동차 부품에만 특화돼 있기 때문에 기계를 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비단 A사뿐만 아니다. 휴대폰 2차 부품업체 B사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기술개발비를 1차 협력업체가 중간에서 가로채 막대한 피해를 봤다. 신규부품을 개발할 경우 지급하기로 한 개발 비용을 납품단가와 연계시켜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것. 이럴 경우 납품단가와는 달리 신고할 방법조차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B사 관계자는 "개발비용을 지급해준다고 하고 주지 않거나, 한다고 해도 납품단가에 소급해서 주겠다고 해 우리로서는 금융손실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2ㆍ3차 업체들인 중소기업들에 대해 직접적인 원청업체인 1차 중견기업들이 전근대적인 불공정관행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사회 전반의 동반성장 노력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도 중도에 1차 협력업체들인 중견기업들이 '낙수효과'를 가로채고 있기 때문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반성장이 1차 협력사까지는 많이 개선됐지만 2ㆍ3차 업체들에는 못 미치고 있다"면서 "제도화하기 어렵긴 하지만 중견기업 육성지원을 일방적으로 해주기보다는 동반성장을 잘하는 기업을 위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전히 대기업의 동반성장이 중요한 문제이고 중견기업들의 2ㆍ3차 업체와의 협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동반성장을 잘한 1차 업체들에 대기업과의 거래 시 혜택을 준다거나 컨설팅을 해주는 등 상생하는 문화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