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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체재와 보완재

이용택 <증권부장>

소주와 맥주는 서로 대체재일까, 아니면 보완재일까. 애주가의 성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는 쉽지 않은 문제다. 맥주 값이 비싸다고 소주를 먹으면 대체재의 개념이지만 ‘소폭(소주 폭탄주)’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소주와 맥주는 분명 보완재다. 1차에서 소주를 먹고 2차에서 입가심으로 맥주를 먹는다면 이 역시 보완재의 성격이 강하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이에 대한 답을 냈다. 공정위는 당시 “소주와 맥주시장은 소비 계층이 다르고 계절적으로 소비량도 크게 달라지는 만큼 대체관계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만약 공정위가 소주와 맥주를 동일시장에서의 대체관계로 판단했다면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는 물거품이 될 뻔했다. 심각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다른 주류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소주와 맥주의 상호관계는 정립된 셈이다. 소주와 맥주처럼 서로 대체재 같으면서도 보완재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게 많다. 대체재로 보고 심한 경쟁을 하고 있는 공중파TV와 케이블TV가 그렇고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그리고 언론에 이르기까지…. 당사자들의 시각에는 한쪽이 없어져야 다른 한쪽이 잘될 수 있는 견원지간(犬猿之間)처럼 보이지만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다들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보완재일 뿐이다.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이것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각각의 경우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대체재의 요소도 많다. 공정위가 소주와 맥주를 대체재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면서도 거래상 지위 남용을 방지하는 구체안을 마련해 제시하도록 하는 등 조건부 승인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대체관계의 요소들이 대부분인 듯 인식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게 문제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민과의 대화’에서 “집을 사려다 주식에 간접투자했다. 내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부동산과 주식 중 누가 이기나 보자. 나는 주식에 걸었다”고 밝혔다. 부동산 안정 의지를 강조한 말이겠지만 부동산과 주식을 개와 원숭이의 관계로 보는 듯한 논리다. 이론상으로는 두 시장이 대체관계일 개연성은 충분하다. 서로 역의 관계가 강하다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한쪽(부동산시장)을 막으면 다른 쪽(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일출(溢出ㆍSpill-over) 효과’의 논리도 비슷한 근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물에서는 다르게 움직일 때가 많다. 일반인들은 한 푼 두 푼 저축해 목돈을 모든 뒤 은행 대출을 더해 집을 산다. 그리고 여유 돈과 월급을 쪼개 주식투자를 한다. 대통령은 집 살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지만 일반인들 중에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대체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곳곳에서 증명된다. 통계청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75년 이후 자료를 보면 주가가 크게 상승한 이후 토지 가격이 뒤늦게 오른 경향을 보였다. 부동산은 주가보다 늦게 오를 뿐 두 지표의 방향은 대체로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주식은 경기에 선행하는 반면 부동산은 후행하고 주식은 적은 유동성으로 상승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주가가 계속 올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게 이를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주가상승은 주식으로 몰려드는 전세계적인 유동성장세와 적립식 펀드의 힘이지 부동산 자금의 효과는 아니다. 대체제로 보면 한쪽이 죽고 한쪽이 살아야 하는 이분법의 논리가 형성되지만 보완재로 보면 공생의 개념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한쪽이 너무 크면 견제와 균형이 깨지면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이를 어떻게 잘 다스리냐가 관건일 뿐이다. 정치ㆍ사회 등 인간사가 그렇듯 부동산과 주식시장 관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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