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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판단 책임 기준 필요하다
입력2003-07-18 00:00:00
수정
2003.07.18 00:00:00
최형욱 기자
예금보험공사 등이 오는 9월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에 대한 컨퍼런스를 여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예보와 참여연대ㆍ한국금융학회ㆍ한국증권법학회는 오는 9월18일 은행연합회에서 경영판단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한계와 처리 원칙이 만들어지면 경영진들이 중요한 순간에 보다 효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업의 투명경영 풍토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앞으로 행정적ㆍ사법적 판단의 잣대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일은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했다. 경영판단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IMF사태 이후 관련 소송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와 지금까지도 많은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 등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거나 추진중인 금융회사 및 기업의 임직원수가 5,000명에 육박하고 이들에 대한 손배소 금액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처벌 받아야 할 사람들도 많지만 억울하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보 입장에서도 면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소송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 큰 문제는 소송남발로 인해 기업대출이 위축되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다. 후임자들이 선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복지부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판단의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이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자칫하면 면죄부를 주거나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경영판단의 원칙을 마련할 때 상법에서 규정한 것처럼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영판단이 개인적 이익과 연관이 있는지 여부 등도 기준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등한히 할 수 없으며, 아울러 남북관계라는 한국적 특수상황도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경영판단에 대한 원칙 마련은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그렇다고 질질 끌 수 없는 당면과제다. 따라서 모두의 지혜를 모아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이 일은 금융회사와 기업, 정부와 민간 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입법ㆍ사법부도 모두 관련돼 있는 만큼 따로 논의하기보다는 한 자리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9월 컨퍼런스를 계기로 다양하면서도 압축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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