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모 씨는 1년 전부터 자동이체로 매달 30일 KB밸류포커스펀드(클래스C)에 월 30만원을 불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 성과는 2.73%.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단 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성과다. 하지만 김 씨는 꼭 자신이 펀드에 돈을 넣기만 하면 지수가 급락하는 것 같아 자동이체 날짜를 바꿔보기로 했다. 최근 1년간 코스피지수 흐름을 분석해 김 씨가 선택한 날짜는 20일. 그렇다면 실제로 최근 1년간 김 씨가 매월 20일 같은 펀드에 월 30만원을 불입했다면 훨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 20일이 정기납입일이었다면 김 씨의 1년간 수익률은 19.47%. 30일에 불입한 때보다 무려 16%포인트 이상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매월 불입일자를 열흘씩만 앞당겼다면 1년간 60만원을 더 벌 수 있었던 셈이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최근 1년간 국내주식형펀드에 매월 정액 적립식으로 투자한 경우 일자별 투자성과를 분석한 결과 매월 20일에 투자한 경우 -6.72%로 손실폭이 가장 적었다. 반면 30일에 투자한 경우 7.89%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펀드에서는 투자 성과가 더욱 크게 엇갈렸다. 연초 이후 가장 많은 자금유입을 기록한 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금유입 상위펀드 10개 모두 매월 20일에 투자한 경우 최고의 성과를 낸 반면 30일에 투자한 경우 최악의 성과를 냈다. 펀드에 따라 최고 2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펀드별로는 올해 자금 유입 1위 펀드인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펀드(A)의 경우 5일, 10일, 15일, 25일에 정기적으로 투자했다면 최근 1년간 9%대 손실을 봤지만 매달 20일에 투자했다면 5.82%의 플러스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반면 매달 30일에 불입했다면 손실폭은 -10.42%로 가장 컸다. 이밖에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펀드(C/A), 하나UBS블루칩바스켓펀드V-1(A), 한국투자한국의힘펀드1(A) 등은 매월 20일에 투자한 경우에만 플러스 성과를 냈다. 날짜별로 가장 큰 성과차이를 보인 펀드는 ‘삼성중소형FOCUS펀드1(A)’였다. 최근 1년간 매월 20일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32.49%에 달했지만 매월 30일에 투자했다면 11.05% 수익을 내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상승 추세가 이어지는 장세 혹은 반대로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장세에서는 적립식투자시점이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지난해처럼 12개월중 월별로 8번의 양봉이 나타난 경우에는 월초에 불입한 경우가 월말보다 나은 성과를 냈을 것”이라며 “반대로 올해처럼 9개월 중 5번의 음봉이 나타난 해에는 반대의 경우가 나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년 이상 투자기간을 늘리면 투자시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 팀장은 “투자기간에 따라 적립식 펀드 투자 성과를 분석해 보면 단기적으로는 시점별로 성과 차이가 클 수 있다”면서 “하지만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평균매입단가 인하효과가 커지면서 수익률 차이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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