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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신파같은 사랑

■ 영화 ‘너는 내 운명’ 23일 개봉<br>에이즈 걸린 다방 종업원과 농촌 총각의 순수함 다뤄<br>과장없는 담담한 표현… 전도연·황정민 연기력 돋보여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에 휩싸였던 2002년 6월, 신문 사회면 구석엔 작은 가십 기사가 하나 실렸다. ‘에이즈 주부, 남성 수백명과 성관계’라는, 제목만 봐도 눈길이 꽂히는 기사였다. 이후 ‘여수 보건소 에이즈 검사로 북적인다’ ‘에이즈 관리 누구 탓’ 같은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물론, 누구도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 따위엔 귀 기울여 줄 이유는 없었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은 당시 에이즈 보균자 여자와 남편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이즈, 윤락녀 같은 ‘센’ 소재들로 채워졌지만, 병에 대한 교훈이나 시니컬한 풍자는 없다. 2시간 말미에 관객들을 제대로 울리는 정통 신파인 영화는 사랑에 대한 단순하지만 지고지순한 판타지를 선사한다. 석중(황정민)은 젖소 목장을 꿈꾸는 착한 노총각이다. 어느 날 그 앞에 오토바이 모는 어여쁜 처자가 나타난다. 읍내 순정다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은하(전도연)이다. 낮엔 커피배달, 밤엔 단란주점에서 술시중을 드는 그녀에겐 사실 한가하게 사랑 타령을 할 여유 따윈 없다. 그래도 석중은 일편단심 그녀 뿐이다. 그녀를 쉬게 해 주겠다고 여관에 커피 배달을 시켜 그녀가 싸온 커피를 타 준다. 매일 아침 직접 짠 우유도 주고, 밤에 술에 지친 그녀를 오토바이로 집까지 모셔다 준다. 진심이 통했는지, 둘은 마침내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들 앞엔 너무도 높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은하는 에이즈 선고를 받고, 그녀의 옛 남자는 석중에게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3년 전 노인들의 성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충무로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박진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박 감독은 사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야기의 뒤에서 순수한 러브 스토리를 캐낸다. 남들은 다방 여종업원이라고, 창녀라고, 에이즈 보균자라고 손가락질하고 침을 뱉지만, 그 만큼은 오롯이 순수한 사랑 하나만을 변치 않고 지켜준다. 신파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의외로 영화는 등장인물들 속으로 그리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다.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지만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은하의 파란만장할 수 밖에 없는 여정과 석중의 순수한 감정선을 보여줄 뿐이다. 실화의 힘은 거짓 같은 이야기를 꾸밈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데 있다. 마지막 부분 딱 한번 제대로 울려주는 부분에선 2시간 내내 차곡차곡 쌓아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정통 신파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전도연 황정민 두 주인공의 연기력엔 물론 박수를 보낸다.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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