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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개혁의 열쇠, 뉴프런티어십] <5> 전문가들이 보는 해법은

"노사 기득권 내려 놓고 대타협… 일자리 양극화 해소해야"

●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노사정위 자동차부품업종위원장 △고용노사관계학회장

● 류재우 국민대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 △한국응용경제학회장 △한국노동경제학회장

● 최영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노동연구원장 △고용노사관계학회장 △경기개발연구원 사회경제센터 선임 연구위원

김동원(왼쪽부터) 고려대 경영대학장과 최영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류재우 국민대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경제신문에서 진행한 좌담회에 참석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권욱기자

비정규직 처우 개선, 중산층 늘어나야 경제도 살아나

고용 안정성 높이되 전환 배치 등 허용해 유연성 확보

60세 정년연장, 연공서열 개편없인 청년 실업만 늘것

젊은 친구들 5~10년후 꿈 펼치게 커리어코스 마련을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저성장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중구조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성만큼은 노사정 모두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데드라인으로 잡은 오는 3월까지 어떻게 방법론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다. 서울경제신문이 '노동시장 개혁의 열쇠, 뉴프런티어십' 시리즈를 마감하며 지난 18일 개최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처우도 균형을 맞춰 중산층 그룹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래야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지고 개개인의 구매력도 높아져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낡은 노동시장 관행을 버려 고용·임금 등의 안정성은 높이되 고용유연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개인과 기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석자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연착륙을 위해 노사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하며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노사정 삼각공조 체제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좌담회에는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과 류재우 국민대 교수, 최영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이 참석했다.

△사회=노동시장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류재우 국민대 교수=우리나라는 지금 성장이 정체되다 보니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정치나 정책보다는 세계화와 기술혁신이 주된 원인이다. 세계화로 글로벌소싱이 가능해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양분됐다. 경쟁력이 있으면 높은 임금을 주고 고용보호를 해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하청(하도급) 기업으로 가거나 한계기업으로 겨우 생존하면서 지불능력에 차이가 생긴다. 더구나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은 과보호돼 기업들이 고용유연성을 하도급으로 해소하려 하니 임금조건과 고용보호 격차가 더 발생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양극화는 미국·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과 맞물려 막으려 해도 계속 악화하는 추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10년 전보다 벌어졌다. 국민 정서 또한 4~5년 전만 해도 노사투쟁에 대해 사용자 측에 호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양극화로 지금은 노동계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드라마 '미생'과 영화 '카트', 웹툰 '송곳'과 같이 문화적으로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것인 사회적 약자 편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격차가 커지면 사회 자체가 불안하고 생계형 범죄도 늘어나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 기업도 결국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최영기 노사정위 상임위원=비정규직 노동시장은 단순 서비스를 반복하는 직무형 일자리가 많다. 직무에 맞는 표준임금을 설정해 차별을 없애고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표적 예로 정부청사에 여러 청소용역 업체가 들어오는데 임금이 다 다르다. 그 직무를 하면 얼마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과 직장에서 고용이 보장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직접규제 방식보다 임금체계, 직업능력 개발, 근로계약 관행,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해소 등으로 노동시장 질서를 잡고 시장친화적인 인프라를 갖춤으로써 괜찮은 일자리, 안정된 일자리로 나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해결된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도 비정규직을 반복 갱신하려는 유혹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는 기간과 사유제한 등의 논쟁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떻게 규제하건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류 교수=비정규직이 직무형 노동시장이라는 데 동의한다. 미국 같은 경우 조교나 비서는 레벨1·레벨2식으로 나뉘어 급여가 정해져 있고 호봉식으로 임금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렇게 하니 60세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정 직무에 대해 물가상승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는 방식을 적용하면 계속 근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 기간제 근로자들이 현재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기는 하나 계속 일하고 싶으면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된다.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일할 만하면 2년 만에 쫓겨나고 결국 회전문처럼 뱅뱅 도는 게 현실이다.

△김 학장=기간제 사용기간 4년 연장이 해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비정규직이 더 많아져 임금이나 생활수준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 이는 내수침체로 경제 전체가 같이 밑으로 가라앉는 형국을 만들게 된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려야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구매력이 높아져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줄이고 처우도 양쪽의 균형을 맞춰 사회 전체가 커다란 중산층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가 수립돼야 한다. 국가 전체를 위해 중산층 그룹으로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사회=청년실업 문제가 고착화하면서 세대 간 갈등도 우려된다.

△최 상임위원=청년 문제에는 일자리 질의 문제가 상당히 크다.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패션·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등 분야에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일자리가 많다. 그런데 '열정페이'라는 말처럼 청년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행태가 빈번하다. 이 해법은 모든 스태프가 표준근로계약을 맺은 영화 '국제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12시간을 넘길 경우 초과수당 지급과 일주일에 1회 휴식일 보장, 4대 보험 가입 등을 준수하니 정해진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생산성과 품질 모두 분명히 높아졌을 것으로 본다.

고용계약 질서를 지켜주는 노력을 통해 젊은 친구들이 이 시장에 들어와 5년·10년을 거친 후 꿈꿀 수 있는 커리어코스를 그려주는 게 중요하다.

△사회=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관행도 많다.

△김 학장=요즘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새로 뽑은 사람들의 질적 차이가 별로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정규직은 임금도 더 많이 주고 해고도 불가능한데 값싼 인력이 있으니 비정규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환경이다. 법의 정신은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을 쓰는 것이다. 현재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는데 정규직을 쓸 만한 인센티브를 기업들에 줘야 한다. 네덜란드같이 동일한 직무에 동일한 임금을 주는 식으로 철저하게 차별을 금지하는 게 필요하다. 프랑스 건설업종은 계약기간이 짧으니 비정규직에 임금을 더 주도록 하고 있다.



△사회=산업계 현안을 보면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시행되는데 아직 기업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최 상임위원=실질적으로 정년 60세가 보장되려면 지금 같은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는 무리라는 판단을 노사가 할 것으로 본다. 임금체계에 변화가 없다면 기업들도 직무조정이나 직제개편을 통해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다. 기업들이 정년연장에 대비해 미리 희망퇴직을 받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시대에 정년연장법 취지를 노사가 따른다면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를 같이 도입하는 게 정상적인 대응이다.

△류 교수=정년이 연장되고 오래 일하면 좋겠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 임금 부담 때문에 근로자에게 고용연장 효과를 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법을 처리할 때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추진했어야 했다. 지금도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정년에 이르기 전인 5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청년 일자리에도 굉장히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경기가 하강하고 고용이 줄어들 때 청년 일자리와 장년 일자리는 보완되지 못하고 서로를 대체하게 된다. 법이 현실에 한참 앞서 있어 지금이라도 시행을 늦췄으면 한다.

△사회=세계에서 장시간 근로 국가에 속하는 우리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면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풀어야 한다.

△김 학장=교묘하게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자생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근로시간이 줄면 사용자는 인건비가 크게 늘어나게 되고 근로자들은 임금이 줄기 마련이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생산량과 품질을 똑같이 유지하려면 생산설비가 추가되거나 보조금이 주어지는 식으로 제3자가 도와줘야 한다. 노사 모두 정부 지원만 이야기하는 실정이다. 올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우에 따라 통상임금보다 더 큰 충격을 산업계에 줄 수 있다.

△최 상임위원=경기도 중소사업장들의 구인난이 굉장히 심하다. 청년들이 토요일 근무가 부담돼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사가 눈앞의 소득증대와 생산물량 소화에 대한 유혹 때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묵계가 쉽게 이뤄지는데 어느 정도 규율 속에서 생산하도록 하면 오히려 일자리 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유인이 될 것이다.

△사회=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다.

△류 교수=현실적으로 보면 생산직 사내 배치전환도 잘 안 된다. 근로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여러 단계를 거쳐 해고를 가능하게 해주기만 해도 고용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사내의 필요에 따라 인력 배치전환이 가능한 기능적 유연성도 없으니 하도급 위주로 가 양극화가 심화된다. 대기업들이 소수 인원을 뽑아 장시간 일을 시키는 관행이 이어지는 것도 그게 기업활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권리와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김 학장=160만명의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수적으로 많은 것은 아닌데 과보호라기보다는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보호를 받고 있다. 절대적인 의미에서 과보호는 아니다. 그렇지만 비정규직 수가 계속 늘어나는데 포용하지 않으니 노조 조직 측면에서는 세가 점점 줄어 이제는 파업을 해도 큰 효과가 나오지 않을 정도가 됐다. 자기 근로자를 보호한다고 하는 행동이 전체 근로자를 쇠퇴하게 하는 딜레마에 봉착한 상태다. 노조가 제대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비정규직도 노동운동에 포함해야 한다.

△최 상임위원=유연성 제고는 사실 1970년대까지 노동계에서 먼저 제기했다. 일·가정 양립과 여가시간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을 요구했다. 1990년대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의 의미가 고용유연화로 전환됐는데 너무 한정되는 바람에 논의가 진행됐다. 예를 들어 사업장 내에서의 배치전환은 고용이 보장된 상태에서 노동의 유연한 활용이다. 임금 책정과 근로시간 설정, 직업훈련, 숙련도 제고 등 유연성을 높이는 여러 수단이 있다. 고용이 안정된다면 임금과 근로시간, 배치전환의 유연화는 서로 협의할 수 있으며 근로자도 그렇게 반대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임금과 근로시간 유연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고용·임금·근로시간·생산성 등 네 가지 변수를 잘 조합해야 할 시대다.

△사회=3월까지 노사정위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노사정에 꼭 필요한 제언을 부탁드린다.

△김 학장=소수의 비교적 풍요로운 근로자와 다수의 불만이 쌓인 사람들, 이런 상태가 악화되면 정치경제 모두가 불안해진다. 지금 이대로라면 무수히 많은 비정규직의 불만이 폭발해 노사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양극단으로 가지 말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야 이 같은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류 교수=고용을 규제로 접근하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 노사는 양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노사 갈등에서 정작 빠져 있는 것은 후속세대다. 후속세대의 이해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데 미래를 반영한다는 자세로 협상이 이뤄졌으면 한다.

△최 상임위원=지금 우리가 당면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정부가 예산과 법으로 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기업 내에서 노사가 풀어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개별 사업장의 임금체계를 정부가 바꿀 수 없다. 양극화 문제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갖고 노사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삼각 공조체제가 구축돼야 구조개혁이 가능하다.

/사회=한영일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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