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등 금융산업 발전 방안 사실상 무너져=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내놓은 정보 유출 차단대책에서 금융지주회사 간의 정보 공유를 못하도록 했다. 은행 계열 카드사의 경우 은행에서 카드회사의 정보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셈이다.
이를 확대하면 방카슈랑스, 즉 은행 창구에서 보험을 파는 행위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려면 가입자의 질병이력 등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카드정보 공유보다 훨씬 소중한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드정보 공유를 막으면서 보험고객정보를 막는 것 또한 이중적 잣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더하다.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계열사 간 정보 공유와 이를 통해 상품 판매와 전략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계열 증권사와 보험사·카드사 등의 원활한 정보 공유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유니버셜뱅킹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도 했지만 전세계 유수의 대형 금융회사들은 이 같은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성장해왔고 이는 글로벌뱅킹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22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회사 내의 정보 공유를 막은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취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빅데이터 산업도 퇴행=현대시대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빅데이터 산업도 이번 조치로 당분간 발전이 힘들어지게 됐다. 금융위는 과거 빅데이터 발전 방향에서 금융회사와 신용정보회사에 축적된 정보를 집중 융합해서 새로운 정보를 발굴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금융회사 등이 활용하는 신용정보의 범위를 늘리고 신용정보회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해외 금융회사의 빅데이터 활용을 우수 사례로 들면서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융위가 제시한 해외 금융사는 주소와 통화내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분석하고 트위터를 통해 투자심리를 파악하고 있었다.
고객의 결제위치 근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전송하고 위치 맞춤형 보험상품을 안내하는 내용도 있었다. 물론 금융위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중요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금융전자통신 보안 수준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특성은 개별정보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어도 모았을 때 중요한 마케팅정보가 되는 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 사업은 필수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논란이 따라온다. 해외의 경우도 구글 등 검색 프로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 등을 통해 기업들이 개인의 행태나 선호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이 벌어질 정도다. 전세계적으로도 빅데이터 사업은 걸음마 단계다.
결국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빅데이터라는 미래형 산업에서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이번 사태가 막아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정보 유출과 별개로 빅데이터 산업을 별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차제에 새롭게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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