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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삼성ㆍ현대ㆍLG 등도 지난 1990년대부터 해외로 나갔지만 경험부족으로 고전한 끝에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했다"며 "금융회사들도 당장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재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2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5회 서경 금융전략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저금리ㆍ저성장과 과당경쟁으로 국내 금융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 중 해외 비중은 아직도 고작 7.7%(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며 분발을 당부했다.
특히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해외진출을 촉구했다.
최 원장은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가 377개지만 1개 점포당 직원이 고작 3명에 불과하고 나가는 곳도 중국ㆍ미국ㆍ베트남 등에 편중돼 있다"며 "이 정도로는 해외에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임에도 장기 비전과 전략적 접근보다 단기 성과에 목을 매는 경향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제강연에 나선 이성용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는 금융을 산업적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 금융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가가치가 전체의 7%(2011년 기준)나 된다"며 "단지 실물경제의 윤활유 정도로만 금융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5~2012년에 글로벌 톱20 은행은 자산이 14% 늘었지만 국내 4대 금융지주는 8.2%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한국이 세계 경제와 비슷하게 성장하는 동안 유독 금융만은 부진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특히 한국 금융의 상황을 '모든 사람이 변화를 원하지만 아무도 변하지 않는다(Everybody wants to change world but nobody want to change)'는 표현으로 집약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혁신보다 안정을 선호하는 인재상, 개인성과보다는 팀, 다양성보다는 순혈주의로 흐르다 보니 인재선발 등에서 역선택이 생긴다"고 말해 청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해외진출과 관련해 "스탠다드차타드(SC)는 아시아ㆍ아프리카ㆍ중동 등지에서, DBS는 동남아권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처럼 국내 금융사도 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바람이 불면 벽을 쌓기보다 '풍차'를 돌리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영 서울경제신문 사장은 "세계 경제 회복과 맞춰 우리 경제도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경기회복의 불씨가 켜졌을 때 화력과 땔감이 지원돼야 불이 붙는 법"이라며 "정치권이 경제활성화 법안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포럼은 금융계 최고경영자(CEO) 등 4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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