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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명박과 코포크라시

[데스크 칼럼] 이명박과 코포크라시 문화레저부장 홍현종 hjhong@sed.co.kr 막강 기업의 시절이다. 더불어 기업인들이 ‘쎄진’ 시대다. 세상을 지배하는 이 누구일까. 이 물음에 사람들의 눈길이 가는 곳-바로 기업, 더 정확히는 거대 기업군(群)과 그 리더들이다. 진보주의 미국 학자 보스턴대 찰스 더버 사회학과 교수의 주장을 보자. 그가 말하는 지금 미국을 지배하는 세력은 이른바 ‘법인체 체제’(corporate regime)다. 시티금융그룹ㆍGEㆍ화이자 등 거대 기업군과 국가의 결합 체제를 일컫는 말로 이들에 의한 국가지배를 세상은 ‘코포크라시’(corpocracy)라 부른다. 더버 교수에 따르면 미국 내 다국적 법인들은 자신과 커넥션이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 엘리트들을 움직여 정부를 통제한다. 그리고 이 결합 구조에서 법인체들은 그 어느 집단보다 우월한 위치에 선다. 법인+정치체제 한복판의 MB 이 이론으로 한국을 비쳐보면? 다를 게 없다. 과거 군부와 관료 그룹이 가졌던 체제 지배 헤게모니가 신자유주의 확산과 그에 따른 경제 팽창으로 유력 기업군으로 대거 옮겨가며 이 땅에 신분 지도의 혁명적 변화를 끌어냈다. 기업 구조가 정치 체제와 화학작용하며 정치 엘리트 자리를 메워가고 있는 건 이들 체제 속에서 잘 훈련된 경영자들이다. 재벌이란 독특한 법인체제가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나라. 마침내 그 체제 한가운데 출신 인사가 대선 출사표를 던지고 큰 강 하나를 건넜다. 이명박이다. 정주영이라는 ‘원조 CEO’ 밑에서 입신(立身)한 MB. 그는 재벌과 정치 커넥션의 한복판에서 그 구조를 스스로 만들기도 하며 한국 경제사에 한 족적을 남겼다. 오늘 그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것도 그 선도적 경력이 큰 이유다. 그런데 그런 특이점이 바로 MB의 큰 약점과 직결돼 있음이 간과될 수 없는 대목이다. 코포크라시 체제하에서 국민들 눈에는 이들 지배 시스템의 그림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체제를 엮어가는 권력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안개 속 권력은 그래서 늘 부패의 혐의를 받는다. 자칫 음모와 술수가 판칠 수 있는 기업과 국가 사이 네트워크를 올바르게 작동시킬 인물이 절대 필요한 이유다. 성장의 리더십과 관련해선 적임자로 보이면서도 그러나 어쩐지 석연찮다. 뭔가 투명해 보이지 않는 이미지. 그게 바로 MB의 문제다. 큰일하는 사람의 도덕적 결함은 별거 아니라고?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풍토다. 더구나 국가 경영과 관련된 그런 점들이 ‘적당히 덮을 작은 흠’에 그치지 않은 것은 도덕적 해이의 관성, 그리고 훗날 통치의 영(令)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의 앞길을 막을 것인가?” 거듭된 검증에 MB가 핏대를 세우며 맞받아친 이 말은 그래서 듣기에 여간 거북하다. 이곳 저곳 터진, 의혹 속 문제들에 휘말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민간이 아닌, 대통령 후보로서는 적잖은 결함이다. 세상이 걱정하는 것은 이명박의 ‘수단의 정당성’을 간과하는 구시대적 목적 지향 마인드, 그래서 집권시 고개를 쳐들지 모를 시스템적 부패와 독선의 그림자다. 이명박과 사심(私心)과의 오버랩은 기업가 시절로 끝나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운하 공약만하더라도 뭔가를 만들어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강박관념 같은 것으로부터 시작된 퍼포먼스적 발상이라면 그건 국가적 재앙이다. 지금 그의 앞에서 있는 건 기업이 아닌 국가다. 개인성취ㆍ국가공익 혼동 말아야 코포크라시 시대 상황을 감안해볼때 기업인 출신 국가 지도자가 많을 법도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음이 또한 묘한 세상사다. 최근 십수년 내 OECD국가 중 그 같은 경우는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정도였다. 그러나 그도 결국 기업과 국가를 혼동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실패한 총리로 끝났다. 경제와 정치 사이를 오가며 탄탄대로를 걸어온 MB. 그가 과연 기업인 출신으로서 전례없던 대한민국 CEO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그 출발점은 MB 자신의 역량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기업이 아닌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을 스스로 되돌아보기다. 그리고 나서 유권자들로부터 박수를 얻어내야 한다. 그게 된다면 그의 집권은 시대의 요구일 수 있다. 입력시간 : 2007/09/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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