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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오른 우리금융 민영화
입력2004-09-09 16:15:38
수정
2004.09.09 16:15:38
우리금융지주의 주식 3억달러 가까이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됐다.
증시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된 것이 아니라 주간사를 통해 입찰에 부쳐 미리 인수자와 가격을 정해 주식을 매각하는 블록세일 방식으로 팔렸다고는 하나 어떤 방식이든 매각이 성사된 의미는 크다. 그동안 지지부지 하던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블록세일 방식이 채택된 것은 우리금융의 주가하락으로 해외주식예탁증서 매각이 연기된 탓이라고 한다. 다음에 여건이 좋아져 해외주식예탁증서 매각이 성사되면 민영화 작업은 더욱 탄력이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이면 주인이 되겠다고 나설 국내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다.
이번에 팔린 우리금융의 지분은 내국인에게 1.26%, 외국인에게 4.48%로 6%에도 못 미친다.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율도 그만큼 낮아졌으나 여전히 8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매각의 내용만으로 우리은행의 주인을 누구로 할 것인가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경영권을 장악할 대주주가 바뀐 것은 아닌 까닭이다.그러나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린 단계에서 민영화의 구도와 방식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라면 우리은행은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는 민영화된다. 다시 연기하지 못할 것은 없으나 굳이 대외신뢰도를 거론치 않아도 마냥 늦추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대주주 지분 매각방식과 구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특혜시비를 덜고 토종자본을 육성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만들어 우리은행 인수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것을 보면 외국자본에는 팔지않겠다는 정책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제한이 풀리지 않은 가운데 기업여유자금이 사모펀드로 몰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공정위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출자총액제한도 사모펀드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배제된다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공공기금이나 외국자본 뿐이다. 외국자본은 안 된다면 결국 공공기금이 주체가 되는 사모펀드가 우리금융을 인수해야 하는데 이는 자칫 관모(官募)펀드 혹은 관치금융 시비를 낳을 소지가 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면 도무지 누구를 우리은행의 주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외국인지분이 야금야금 늘어나 결국 외국자본에 팔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래서는 안 된다. 외국자본은 안되고 관모펀드 시비가 문제가 된다면 재벌의 은행소유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차단벽에 대한 신축적인 운용도 검토할 만하다. 당국은 원칙론만 남발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우리은행 매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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