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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클릭] 커피공화국


어릴 적 저녁 식사시간 때면 어김없이 달려간 곳이 동네 다방이었다.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커피를 드시던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어쩌다 한번 커피에 입을 댔을 땐 너무 써서 '이런 걸 도대체 왜 마시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랬던 철부지가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의 공식을 거쳐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커피는 9세기 이전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게 정설이다. 처음에는 음료가 아니라 열매를 갈아 만든 가루와 고기를 섞은 음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이후 11세기 아라비아로 전파돼 음료로 바뀌었고 오스만제국(지금의 터키) 때는 매우 중요한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남편이 매일 정해진 커피를 가져오지 않으면 아내가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법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당시의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17세기 유럽으로 넘어온 뒤에는 '악마의 향기'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하루 50잔 이상 마셨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처음 커피를 접한 후 인스턴트 커피와 1976년 등장한 '커피믹스'까지 가세하면서 현재는 성인 한 명이 하루 평균 한 잔 반을 마시고 있다. 커피전문점이 등장한 뒤에는 3,000원짜리 라면을 먹어도 커피는 5,000원짜리를 마시는 사람도 많다. 한 잔에 최고 10만원까지 하는 최고급 커피 '코피루왁(Kopi Luwak)'의 세계 3대 소비국도 한국이다. 이러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게 커피 프랜차이즈요, 눈만 돌리면 보이는 게 카페다.



△불황에도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 주요 커피전문점들의 매출은 전년보다 20.3%나 늘었다고 한다. 값이 아무리 비싸도 카운터 앞에는 언제나 줄이 길게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살기 힘들고 책 살 돈이 없어도 커피만큼은 꼬박꼬박 챙겨 마셔야 하나 보다. "커피는 비싼 값에 마시면서 책을 구입하는 것은 너무 아까워한다"는 한 대학교수의 한탄은 벌써 다 잊혀졌을 것이다. 진정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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