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AIA생명이 브리지론 형태로 최대 80억달러를 조달하기로 하면서 결국 ING생명의 동남아 및 한국법인 동시 인수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ING생명의 한국법인 인수전 결과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여전히 안갯속에 빠져 있는 셈이다.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AIA생명이 8개 금융기관으로부터 60억~80억달러의 자금을 브리지론 형태로 조달한다. 브리지론은 자금을 한번에 유동화하기 어려울 때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Bridge) 역할을 해주는 대출이다. 성격상 자금력을 갖춘 대출자의 임시방편용에 가깝다. 금융권에서는 자금 규모가 최대 8조원이 넘는 만큼 ING생명의 아ㆍ태법인 인수전과 연관을 짓는 분위기다. 투자(IB)업계에서는 AIA생명이 당초 예상과 달리 ING생명의 홍콩ㆍ말레이시아ㆍ태국 등 동남아 법인의 본 입찰에만 참여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KB금융이 ING생명의 한국법인을 비교적 무난히 가져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ING그룹이 헐값 매각 가능성이 커지는 단독 입찰을 끝까지 끌고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AIA생명의 자금 조달 뉴스가 나온 것. 자금력이 양호한 AIA생명이 이처럼 큰 돈을 들일 사안은 ING생명 인수전 말고는 없는 만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에 새 국면이 펼쳐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 ING그룹이 단독 입찰한 KB금융에 한국법인을 그대로 넘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어떻게든 경쟁 구도로 몰아갈 가능성이 큰 데 AIA생명이 KB금융의 대항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ING그룹이 네덜란드 정부에 갚아야 하는 공적 자금 규모는 30억유로(한화 4조5,000억원)다. ING생명의 한국법인의 예상 매각가는 3조4,000억원, 동남아 법인은 3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찌됐던 한국과 동남아 법인을 모두 팔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이 본 입찰에서 ING생명의 한국법인 인수가로 3조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써 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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