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문제 해결을 맡겨 보자는 것이다. 조정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와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겸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위원으로 지명했다.
이렇게 출범한 조정위는 8개월여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권고안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보상위원회를 출범해 1,000억원에 이르는 사내기금을 조성키로 하는 등 해당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보상 규모가 과대하다는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유가족을 위해 신속히 보상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취지였다. 피해자 가족들로 구성된 가대위도 "이른 시일 내 사태를 마무리 짓자"며 보상위의 손을 들었다.
조정위는 조력자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법관' 역할을 맡아야 할 조정위의 모습이 이상하다. '편향된 행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고, 그만큼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조정위원 중 한 명인 백도명 교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17일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백 교수는 지난달 말 한국산업보건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근거나 기준이 모호해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모든 사람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반올림 측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주장을 펼쳤다.
백 교수는 이어 지난 16일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최한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권고안' 토론회에도 발제자로 나섰다. 의사협은 또 다른 조정위원인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의 남편인 고한석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단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조정위가 법적 구속력을 갖춘 단체는 아니지만 사적 분쟁에서 일종의 심판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느 한쪽을 편드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조정위가 권고안에 담았던 공익법인 설립을 관철하기 위해 '장외 활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올림 활동가들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공익법인을 세우기 위해 일부 위원들이 사실상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