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 전쟁과 이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엔고 현상 속에서 우리의 만성 고질병인 대일 무역적자가 올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대일 무역수지(20일까지 잠정치)는 21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연간 누적 무역적자는 263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 2008년 327억달러 적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삼은 전체 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32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이와 맞먹거나 오히려 넘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는 180억7,000만달러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엔고일 경우 대일 수출은 늘고 대일 수입은 줄어야 하지만 수입이 더욱 늘어 오히려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일본의 기술 방향이나 일본이 개척한 분야를 참조ㆍ모방하면서 반도체ㆍ가전 등 주력 수출품의 핵심 중간재(소재ㆍ부속품)를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구조를 띠고 있어 수입가격 상승 부담은 그대로 무역수지에 반영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수출이 1% 증가하면 대일 수입은 0.96% 늘어난다. 지난 상반기 중간재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120억달러로 전체 대일 무역적자의 66%가량을 부품·소재 부문이 차지했다. 이에 따라 급증하는 대일 무역적자 해소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 국내 중간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대일 의존도를 줄여 만성적인 대일무역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원화 강세 국면에 대비해 선제적인 정책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부품소재 전용공단 조성, 일본 부품소재 기업 유치 등으로 한국의 기반 산업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일무역 역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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