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1%대 기준금리 초유의 실험]<하> 돈맥경화 뚫어야

중기 외면하고 주택대출에만 집중… 은행 보신주의부터 깨라

정부·한은 돈풀기 나섰지만 '금융중개' 제대로 작동 안해

기업도 투자·고용 늘릴수 있게 과감한 노동개혁·규제 완화를

최저임금 인상은 '양날의 칼'… 부담 안가게 '황금비율' 찾아야


지난 1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대출 프로그램 신청일. 신청시간이 지나자마자 수많은 접속자가 몰리며 서버가 다운됐다. 중진공 관계자는 "중기들이 돈을 빌려야 하는데 은행권에서 제대로 못 빌리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도 "모뉴엘 사태 이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대출액의 40%를 예금 담보로 요구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은행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은행권 보신주의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장(정부·한국은행)에서 혈액(돈)을 뿜어냈으나 이를 손끝·발끝까지 전파하는 대동맥(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혈액을 모세혈관(가계)으로 전파하는 소동맥(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할 수 있게 정부가 규제 완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가장 시급하면서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은행 보신주의 타파라는 지적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대출에만 영업을 집중하고 중소기업 대출은 소홀히 해 정부와 한은에서 나온 돈들이 경제 전반에 제대로 흘러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은행 주담대 증가율은 2013년 3월 말 2.7%(전년 대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월 말 현재 9%로 1년 반 사이 3배 이상 빨라졌다. 전체 대출금에서 주담대 비중도 2007년 63%에서 지난해 70%로 급등했다. 반면 2007년 20%를 넘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9월 말 6%대로 뚝 떨어졌다.

중진공 관계자는 "정부의 기술금융 등으로 은행의 중기 대출 총량이 지난해부터 늘어나고 있으나 자세히 보면 소기업(50인 미만)들은 거의 대출을 못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도 "돈을 빌려달라는 곳은 부실하고 빌려줄 만한 기업은 은행 자금이 아쉽지 않은 상태"라며 "돈을 써달라고 읍소해야 할 형편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도 저도 쉽지 않아 담보대출에 더 혈안이 되는 거 같다"고 털어놓았다.



은행들의 금융중개기능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소동맥(기업)에서 모세혈관(가계)으로 혈액이 원활히 갈 수 있게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기업의 투자·고용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이제는 저성장·저금리·저출산 시대"라며 "규제 한두 개 바꾼다는 생각이 아닌, 쓰고 있는 '안경'을 아예 바꿔 낀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완 현대연 전무도 "최근 규제 완화의 동력이 떨어진 감이 있는데 꾸준히 해야 할 필수과제"라며 "그중에서도 노동시장 유연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강력한 노조, 연공제 등으로 우리 노동시장 경직성이 상당히 커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고 있는데 이를 완화해줘야 기업들이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 전무는 "우리 기업들이 노키아가 단번에 쓰러지고 현금을 쌓아놓았던 조선업계가 이제는 돈을 차입하는 것을 보고는 만일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 방향도 이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유했던 옆집이 이제는 돈을 빌리러 다니는 것을 보고 누가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가계소득을 높이는 방안의 일환으로 임금을 올릴 것을 재계에 주문하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천구 연구원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조속히 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의 황금비율을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