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예정대로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선박에 보험 제공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내 수출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란산(産) 원유에 대한 수입 대체처를 상당 부분 마련했다며 당장 수급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대(對)이란 수출 길은 막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도 단기간에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해 자금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식경제부는 EU가 지난 25일 외무장관회의에서 다음달 1일부터 EU 역내 기업들의 이란 원유 수출과 관련된 보험∙재보험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이란 제재 방침을 고수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된다고 26일 밝혔다.
정부는 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UAE)∙쿠웨이트∙이라크 등 산유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대체 물량을 대부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란산 원유가 값이 싸기는 하지만 다른 중동 국가에서 원유를 들여오더라도 국내 기름 값이 그렇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제 원유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점도 안심거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문재도 지경부 산업자원협력실장은 "우리나라는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며 "이란산 원유 수입에 따른 정부 재정지원은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 보험을 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로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금액 내에서 이란에 수출해 쏠쏠한 재미를 봐왔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란은 좋은 수출처였다. 올해 들어 대이란 수출금액은 29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60억달러어치를 이란에 팔았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란시장을 외면하는 동안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던 셈이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 수입이 끊기면 수출도 못하게 된다. 당장 결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란 수출대금을 석유 수입 금액에서 변제 받는다는 조건 아래 수출이 가능했다. 수입 실적이 없으면 수출도 불가능하다.
현재 이란 수출 기업 2,900여곳 중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이 중 이란 수출 의존도가 50% 이상인 기업은 25%에 달한다.
일단 정부는 과거 수출 물량을 감안했을 때 내년 초까지는 수출 기업들이 대금을 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수출처를 바꿔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자금 회전이 안 돼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지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원을 포함해 기업지원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코트라(KOTRA)를 통해 대체 수출시장 개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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