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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은행 경쟁력은 CEO의 몫

은행 경쟁력은 최고경영자(CEO)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샌디 웨일 씨티그룹 전 회장, 제임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회장, 존 본드 HSBC 전 회장은 많게는 20여년, 적게는 7년 이상 CEO를 역임하며 은행을 글로벌 무대에 올려놓았다. 지난 2004년 초 미국 2위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랭킹 5위 은행인 뱅크원을 인수한 것은 미국 중부의 한 은행을 인수하기보다는 뱅크원의 다이먼 회장을 영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조업체가 수천명의 인력을 고용해 생산라인을 돌려 벌어들이는 이윤만큼을 경영자 한 사람의 판단으로 벌어들이는 것이 바로 금융산업이다. 따라서 금융산업에서의 CEO 역할은 제조업보다 더 크고 중요하다. 올 들어 은행가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CEO 선임이 일단락됐다. 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의 행장 연임 여부가 남아 있지만 이번 은행장 인선에서는 많은 은행에서 현직 CEO가 연임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공기업 수장의 연임 불가 원칙도 무너졌고 외국계 은행도 현 행장의 연임을 지지했다. 은행 CEO 평균 임기가 2년이라던 금융권의 고질적인 관행이 깨졌다는 점에서 낙후한 국내금융권이 한층 발전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 은행장 인사를 보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아직도 관치의 그늘이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말은 시장이 왜곡되거나 부정이 발생할 때 관이 개입해 바로잡으라는 뜻이지, 정부가 직접 국민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시중은행에 자리를 만들라는 뜻은 아니다. 둘째, 연임의 이유로 든 경영실적 호조는 전적으로 은행장이 경영을 잘해서 일궈낸 것이라고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100조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혈세가 투입돼 부실 은행이 살아났고 파산위기에 빠졌던 기업들이 회생하면서 은행 수익이 불어났다. 연임된 은행 CEO의 실적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훌륭한 경영실적은 순조로운 금융 외적 여건의 덕을 보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경기 상황이 악화될 때 은행들이 경영실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국가 경제와 공익적 측면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장 인선이 일단락되면서 우리 은행들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의논할 때다. 우선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외국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1~2년 만에 몇 배나 되는 수익을 내고 튀었다고 배 아파 할 것이 아니라 국내 은행들도 해외에 나가 돈줄을 찾아야 한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 가운데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하다는 사실은 창피한 얘기다. 은행들이 카드시장에 몰려가고 부동산시장에서 떼를 지어 이른바 쏠림 현상을 빚은 것도 우물 안 개구리식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얘기지만 금융산업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국제경쟁력을 갖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그러자면 은행장들의 국제적 안목을 넓혀야 하고 은행 내 국제전문가들을 키워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는 정글의 논리가 적용된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권리가 있고 약한 자는 죽을 의무밖에 없다. 그 경쟁이 가장 심한 곳이 뉴욕 월가이고 미국 금융시장이 글로벌시장을 장악한 것도 정글의 싸움에서 이긴 은행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새로 선임됐든, 연임됐든 금융권 수장들에게는 오랫동안 축하 무드에 사로잡혀 있을 시간이 없다. 은행이 부실해 냉혹한 국제금융시장의 논리에 우리 경제가 무너졌던 10년 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국제시장에서 은행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또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장수 CEO가 은행 경쟁력을 높인다는 선진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도 실현시키는 것이 새로 임기가 시작되는 은행 수장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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