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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결산] '경제 권력' 분점에 선진국들 '못마땅'
입력2009-09-27 18:11:30
수정
2009.09.27 18:11:30
加 G8 대체 공식선언 강력 반대<br>日도 연례화·지위격상 문제 제기<br>당분간은 주도권 쉽게 안넘길 듯
이번 정상회의에서 감지된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기존 선진국들의 입지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주요20개국(G20)이 지난 30여년간 세계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해온 선진7개국(G7)과 주요8개국(G8)으로부터 '경제 권력'을 넘겨받기로 합의한 순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G20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지난 25일 미국과 영국ㆍ프랑스 3개국 정상들은 회의 도중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을 비판하면서 핵시설 사찰 수용을 촉구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언론매체와 인터넷 포털 등도 이 문제를 톱 뉴스로 다뤘다.
핵 확산 방지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는 당연한 일일 수 있으나 G20의 공동성명서 채택과 G20 정상회의의 정례화, 내년 회의의 한국 개최 합의 등에 관한 뉴스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양상이 됐다.
이런 분위기는 선진국들이 전체적으로 G20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일맥상통한다. 신흥시장국의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권력 분점에 동의는 하지만 여전히 신흥국들이 포함된 G20에 실질적인 파워를 넘겨주는 것은 달갑지 않은 게 선진국들의 심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오는 2011년까지 G20이 G8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선언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단적인 증거다. 특히 캐나다가 G20이 G8을 대체한다는 사실을 공식 선언하는 데 강하게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캐나다는 내년 G8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당장 G8의 영향력이 반감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G8의 온전한 위상이 유지되도록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내년 6월 캐나다에서 G20 4차 정상회의가 열리기로 합의됐지만 이 회의의 실질적인 간판은 G20 정상회의가 아닌 G8 정상회의라고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시아의 유일한 G8 회원국인 일본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토야마 유키오 신임 총리는 자신의 첫 국제 외교무대인 이번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G20의 연례화 및 최고경제협의체로의 격상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적극 지지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하토야마 총리의 이런 태도는 24일 저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G20 정상 만찬행사에서 다소 노골적인 형태로 표출됐다. AFP통신 등은 하토야마 총리는 만찬에서 "(20개국 정도로) 많은 국가가 참여하다 보면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버거울 수 있다"고 지적, G20 정상회의의 연례화와 지위격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G20과 같은 규모의 여건에서는) 관료들에 의해 협의가 주도될 수 있다"면서 중차대한 문제에서는 국가 최고 정상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리더십을 발휘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이런 발언은 그동안 누려왔던 선진국으로서 일본의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과 경제ㆍ금융 부문의 글로벌 규범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중국 및 한국의 정상과 한 테이블에서 대면해야 한다는 데 마땅찮은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열망하고 있는 일본은 번번이 중국의 봉쇄 전략에 가로막혀 좌절을 겪었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분쿼터 조정에 관해서도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간 알력이 노출됐다. 이번 회의에서 IMF의 선진국 지분 가운데 5%를 신흥시장국들에 이전한다는 정도의 원칙론적인 선언만 담았을 뿐 앞으로 지분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프랑스의 1.5배에 달하지만 IMF의 의결권 지분은 프랑스가 4.9%로 중국의 3.7%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흥시장국들은 G20 정상회의라는 틀에서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당분간 G20 내에서 선진국과 대등한 몫을 챙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경제위기 대처방안을 논의하는 원탁회의에서 핵심 의제를 제시하고 결론을 이끌어내는 역할은 선진국들이 계속 주도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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