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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잔의 깜짝 카드… '디아스포라' 힘빌려 위기탈출

2,500만명 달러예금 국내 유치<br>시중은행 관치관행 대폭 완화 등 취임 첫날부터 대대적 개혁 나서<br>시장 환영… 장기효과는 미지수


라구람 라잔(50ㆍ사진) 신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끝도 없는 루피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디아스포라(diasporaㆍ국외에 거주하면서도 고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교민)'의 힘을 빌린다는 깜짝 카드를 공개했다. 인도 출신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인구는 2,500만명으로 세계 2위다. 이들의 달러 예금을 국내로 끌어들여 환율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라잔 총재의 아이디어다. 시장은 라잔의 발표 후 '빅뱅'급 개혁안이라며 환호하고 있으나 장기적 약발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증시마감 후 뭄바이 RBI본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라잔 총재는 7쪽에 달하는 종이에 자신의 정책을 빼곡히 담아와 이를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일단 '발등의 불'인 루피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오는 11월 말까지 시중은행이 보유한 인도 출신 외국인들의 달러 예금과 중앙은행의 루피를 저금리에 교환(통화스와프)해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달러 예금을 루피화로 환전하려면 이자로 원금의 12%에 달하는 비용을 물어야 해 달러를 은행에 그대로 묵혀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라잔 총재는 이 금리를 3.5%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잠자는 달러를 유동화하고 ▦시중은행의 디아스포라 예금 유치를 활성화해 달러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면서 ▦시중은행들의 루피 유동성 경색도 타개하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또 라잔 총재는 11월 말까지 시중은행의 해외 달러 차입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해당 달러 역시 RBI가 1%의 저금리로 교환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환율방어용 긴급대책 외에 중장기 금융개혁안도 내놓았다.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고 외국 은행의 인도 비즈니스 확대를 유도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 금융업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나섰다. 또 빈민층의 금융 서비스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시중은행 점포개설을 부분 자유화하고 서민과 중소기업 대출요건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날 라잔 총재는 구체적인 금융개혁안 발표 외에도 솔직하고 직설적인 발언으로 시장과의 소통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개혁안에 대해 불만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앙은행 총재가 페이스북에서처럼 무조건 '좋아요'라는 평가만 받을 수는 없다"고 개혁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이어 "낮은 높이에 경제성장이라는 열매가 많이 달려 있다. 우리는 이를 따기만 하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의식했는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RBI는 경제안정의 등불이 돼야 한다"면서 "정책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잔 총재가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개혁안을 내놓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잔 총재가 빅뱅만큼 위력적인 개혁안을 가지고 RBI에 입성했다"고 평가했다. 증시도 5일 장중 2% 넘게 상승했으며 전날 달러당 67루피에 거래되던 루피 가치는 이날 장중 65루피 중반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라잔 총재 혼자 휘청거리는 인도 경제를 바로잡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일 뉴욕타임스(NYT)는 "인도 경제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재정적자, 인프라 부족 등 라잔 총재의 능력 밖의 요인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면서 "허니문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내년 5월 총선을 앞둔 인도 의회는 최근 매년 200억달러가 들어가는 저소득층 식량지원법과 공장 준공시 투자자의 부담을 대폭 늘리는 법 등 포퓰리즘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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