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현재의 한국 경제를 '느린 자전거를 탄 상황'에 비유하면서 "입맛에 맞는 먹거리만을 찾다가는 쓰러진다"고 경고했다. 맥킨지는 "한국 기업들은 어떤 먹거리(사업)라도 잘 소화시키는 (잡식성) 체질로 바꿔야 저성장의 뉴노멀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기업 내부의 역량을 활용해 '디지털 이노베이션'에 성공한 중국의 정보기술(IT) 공룡들, 이른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에서 배우라"고 충고했다.
맥킨지는 7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저성장 시대의 해법'을 주제로 가진 '맥킨지 코리아 포럼'에서 "지난 20011년 이후 기업 매출이 연평균 1% 성장하는 등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2012년부터는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맥킨지는 2003년에 내놓은 '한국 보고서'에서는 "한국은 서서히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다. 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새 성장 모델이 시급하다"고 표현해 각계의 주목을 끌었으며 이번 포럼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당시 보고서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맥킨지는 이날 더 이상 한국 기업들의 기존 성장 공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고 단언했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기존의 한국 기업들은 매출 증가→이익 창출→신사업 투자의 선순환을 통해 성장해왔다"며 "그러나 이 같은 '추격형 성장 공식'은 저성장 국면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최 대표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는 균형을 잡기가 쉽지만 느리게 가는 자전거일수록 균형 잡기가 어렵다"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맥킨지는 저성장 시대에 고성과를 낸 세계적인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와 '내부 체질개선'이라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뉴노멀 시대 경영환경은 기업들이 입맛에 맞는 먹거리를 고르기 어렵게 됐다"며 "한국 기업들은 어떤 먹거리라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체질로 바꿔야 저성장 시대에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BAT'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국 공룡들은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 혁신을 가져오는 '디지털 이노베이션' 역량이 급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서양의 기업이 아니라 중국의 기업을 롤모델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IT 공룡들은 단순히 사용자가 많다는 점을 넘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내부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검색엔진인 바이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텐센트는 각자 다른 출발점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세 업체가 다양한 영역에서 경합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광고, 금융 서비스, 스마트 기기, 엔터테인먼트까지 세 영역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알란 라우 맥킨지 시니어파트너는 "한국에서는 겨우 카카오페이가 도입됐지만 이미 중국에서는 이미 옛날 얘기"라며 "지난 설날에 중국 SNS 사용자는 tp뱃돈을 10억 위안 이상 SNS를 통해 송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IT 기업들은 내부에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금융·레저 등의 서비스를 고객 중심형으로 창출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텐센트는 위챗을 통해 6억명의 고객정보를 분석,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셀러와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외부의 데이터를 연결하기는커녕 기업 내부가 보유한 데이터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맥킨지는 지적했다. 예컨대 텔레콤 회사와 금융사들은 고객 데이터조차 방치하고 외부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힘들다면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스몰데이터부터 활용하라는 게 맥킨지의 조언이다. 최 대표는 "기업이 내부에 보유한 역량을 활용해 디지털 이노베이션을 추진해야 한다"며 "조직 전체의 힘을 이용해 장기 체력을 강화한 글로벌 기업의 성장 모델을 한국 기업이 참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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