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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빅뱅 1년 그후] <1>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나

구조재편후 이익 최대 35%↑… 시너지·기동력·효율성 높아졌다<br>삼성SDI 중대형 전지분야 실적 가시화<br>삼성重·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옥에 티'<br>순환출자해소·지주사 전환 등은 과제로

/=연합뉴스


설 연휴 직후인 지난 2월 중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미전실 내 태스크포스(TF)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이 인력 중 상당수를 원소속 계열사로 복귀시켰다. 그룹의 대외업무를 맡고 있는 이준 미전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모였다가 해체되는 게 TF의 속성"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전실을 슬림화해 본격적인 친정체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 자신이 1년 넘게 매달려왔던 사업구조 재편 및 계열사 지분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성과 내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88년 처음으로 경영을 맡은 뒤 5년 동안 그룹 전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형제간 지분 정리 등을 끝마친 뒤 1993년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계기로 본격적인 신경영에 나섰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부회장의 1년은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사업구조 재편으로 조직 전반의 기동성을 키웠고 지배구조의 불확실성도 확실히 개선했다.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당분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은 불확실한 세계 경제와 이 회장의 투병이라는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면서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너지 내는 사업구조 재편=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삼성 사업구조 재편의 대원칙은 조직 통폐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과 소재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각각 에버랜드와 삼성SDI로 넘겨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더불어 에버랜드의 건물관리사업은 에스원으로 이관했고 식음료사업 부문은 에버랜드에서 분사해 삼성웰스토리로 독립시켰다. 성격이 비슷한 사업은 한데 묶었고 어디에도 넣을 수 없다면 아예 회사를 분리시킨 것이다.

이런 떼고 붙이는 사업구조 재편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았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 삼성웰스토리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에버랜드(현 제일모직) 품에서 벗어나 독립한 지난해 1,175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단숨에 식음료 업계의 강자로 우뚝 섰다. 제일모직 내 FC사업 부문으로 있을 때보다 따로 살림을 차린 첫해의 매출이 10.6%, 영업이익은 35.8% 각각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신세계푸드 등 경쟁사들이 대체로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해 이런 개선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 회사는 올해 베트남 공략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시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통합 시너지를 기반으로 올해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합병 효과가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돼 오는 2016년부터는 중대형 전지 분야에서 성장세가 확대된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은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글로벌 저유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드라마틱한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당초 양사는 합병을 통해 각종 비용을 줄이고 연구개발(R&D) 인력을 교류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으나 연기금 등 주주의 반대에 부딪혀 끝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지배구조 안정화 과제=약 2년 동안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계열사 간 지분 정리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어쨌든 그룹 출자 지분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한 점은 분명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제일모직이 보유한 자사주 3.95%를 전량 취득하는 한편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 4.67%도 전부 사들였다. 같은 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자사주 4%를 취득했고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4.79%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금융 계열사들의 지배구조는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와 삼성화재·삼성자산운용을 거느리고 삼성증권이 삼성선물을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됐다.

문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승계를 마무리 짓기까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을 상장하면서 어느 정도 단순해지기는 했지만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핵심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삼성생명 중심의 중간지주회사도 아직은 '가능성'만 거론된 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 내부 관계자들도 우선은 당분간 시간을 갖고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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