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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내 친구] 아이언 로프트의 비밀 같은 클럽도 로프트 세울수록 "장타" 150야드의 파3 홀. “9번 아이언.” 캐디에게 클럽을 요구하는 대기업 임원인 하 모(46) 이사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동반한 중소기업 대표 이 모(47) 사장은 말 없이 골프백 쪽으로 걸어가 7번 아이언을 번호가 보이지 않게 헤드를 움켜쥐며 뽑아든다. 골프장에서 흔히 일어나고 누구나 경험해보는 일이다. 물론 아이언 샷은 드라이버에 비해 정확도가 우선이지 장타를 내기 위한 클럽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등장한 이 사장처럼 같은 거리에서 더 긴 클럽을 잡고 샷을 할 때마다 주눅이 들어 골프 칠 맛이 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똑같은 번호의 클럽으로 10~20야드를 더 보내는 동반자의 모습은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눈꼴시기도 해서 같이 라운드하는 게 영 싫다. 유난히 남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 골퍼, 특히 남자 골퍼들은 거리에서 뒤지면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는다. 주로 드라이버 거리로 장타 자랑을 하지만 정교하게 쓰라고 만들어 놓은 아이언을 가지고도 거리 비교를 한다. 때론 하 이사처럼 동반자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큰 소리로 클럽 번호를 말해 화를 돋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라운드를 기피할 수는 없는 일. 클럽에 숨겨진 비밀을 알면 마음이 편해져 자존심도 덜 상할 수 있다. 기필코 아이언 거리를 늘려야겠다면 그 비밀을 자신도 활용할 수도 있다. 답은 헤드의 로프트에 숨어 있다. 같은 번호라도 로프트, 즉 헤드의 각도가 더 세워진 클럽은 거리가 더 나게 마련. 최근 무게중심을 낮추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볼을 쉽게 띄워 올릴 수 있게 되자 클럽 메이커들이 ‘스탠다드(Standard)’로 여겨져온 로프트에 비해 크게는 7도까지 각을 세워 아이언을 만들고 있다. 보통 번호 하나 달라질 때마다 3~4도 정도 로프트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하면 하 이사의 9번 아이언과 이 사장의 7번 아이언의 로프트가 같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골프용품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전통적인 아이언 로프트는 3번 22도를 시작으로 5번 아이언까지 3도씩 차이 나며 6번 아이언부터 피칭웨지까지는 4도씩 커져 피칭웨지가 48도였다. 샌드웨지는 56도이기 때문에 피칭과 샌드웨지 사이에 52도나 53도 등의 갭(Gap) 웨지가 끼어들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3번 아이언이 19도까지 세워진 데다 5번 아이언까지는 2도씩, 6번부터 8번 아이언까지는 3도씩, 또 9번부터 피칭까지는 4~5도씩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통상 일본 메이커 제품의 로프트가 더 세워진 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자신감을 갖기 위해 로프트가 세워진 클럽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이언은 거리보다 정확성을 위해 쓰는 클럽인 만큼 남과의 거리 차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입력시간 : 2007/04/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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