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43으로 꼬부린 이 수. 튼튼하고 묵직하다. 그러나 과연 지금 시점에서 이 두터운 수가 최선이었을까. 양재호9단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식의 꼬부림은 이창호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것이지요. 이런 느릿하고 둔중한 행마로 이창호는 그의 스승 조훈현의 속력행마를 무찌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발이 느린 것 같아요."(양재호)
백44로 뛰는 자세가 경쾌하다. 이세돌은 돌의 흐름이 백에게 괜찮다고 여겼다고 한다. 흑45로 일단 고개를 내민 것은 절대수. 이세돌은 노타임으로 46에 뛰었다. 이것으로 백은 걱정근심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이버오로 해설실의 목진석은 백46을 안일한 수라고 지적했다. 그것은 흑47의 수비가 너무도 안성맞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귀가 너무 깨끗하게 지켜졌어요. 어떤 식으로든 좀 핍박을 해서 귀를 찌그러뜨릴 찬스였습니다."(목진석)
참고도1의 백1이 추천되었다. 흑2면 백3, 5로 선수활용하는 수순이 즐겁다.
"평소에는 이런 즐거운 활용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이세돌인데 요즈음 피로가 누적된 모양입니다."(목진석)
"더욱 결정적인 수단을 부리려고 짐짓 딴전을 부린 것 같기도 해."(양재호)
사실이었다. 이세돌은 참고도2의 백1로 침입하는 강수를 노리고 있었다. 백9까지로 패가 나는데 백이 이 패를 이기면 외곽의 흑대마가 졸지에 곤마로 변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흑이 손을 빼었을 경우의 얘기다. 프로라면 손을 뺄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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