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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과학 꿈나무 격려를
입력2003-07-08 00:00:00
수정
2003.07.08 00:00:00
지난 6월 20일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2003년도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할 대표학생들의 합동발단식이 있었다. 이날 발단식에는 대표로 뽑힌 학생들의 학부모와 지도교수 등 200여명이 모여 장도를 축하해 주었고 과학기술부 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도 참석해 격려해 주었다.
꽤나 성대하게 열린 듯한 이날 발단식 행사를 진행하면서 무엇인가 한가지 빠진 것이 있지 않나 하는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역시 사회의 관심, 바꿔 말하면 언론의 관심이다. 매년 이맘때면 열리는 발단식을 몇 차례 주관해 보았지만, 언론의 관심이 너무나 미미하다.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접 행사장에 나와 취재한 언론사는 없었고, 과학재단이 내보낸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로 다루어준 언론사도 기껏 두세 군데 뿐이었다.
물론 이 행사가, 온갖 현안들로 들끓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뉴스가치를 크게 부여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생각을 좀 바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나라의 미래가 과학기술에 달렸다는 말은 이제 식상할 정도의 얘기가 되어 버렸다.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란 것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론 매체들이 과학 관련 소식이나 화제를 찾아내 보도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신문마다 과학면이 따로 생기고 과학 기사의 양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아쉬운 것은 우리 사회가 과학분야에서도 눈부시게 피어난 꽃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에 따라 언론도 화려한 꽃에만 카메라를 들이대려 하고, 줄기와 뿌리에 대해서는 너무나 소홀한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해 과학분야에 화려하고 보기 좋은 꽃들이 너무나 적은 것이 사실이다. 아직 노벨과학상을 받지도 못했고, 세계 최고나 최초라는 것도 그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러니 과학기술계의 아름다운 꽃에 목말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쩌다 그런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거기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 꽃을 피우기 위해 과학기술자가 어떤 씨앗을 언제 어떻게 뿌리고 어떠한 신고를 겪으며 가꾸어 냈는가 하는, 기초와 기본이라는 과정에도 꽃의 화려함에 들이대는 조명의 반의 반만이라도 할애하는 사려가 아쉽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대표학생들이 바로 우리의 기초이고 기본이며, 또한 미래가 아닌가? 전 세계에서, 많게는 100개에 가까운 나라에서 수백명의 과학영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창의력과 탐구능력을 겨루는 두뇌올림픽으로, 각국의 기초과학 수준과 과학기술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청소년 과학경시대회가 바로 국제과학올림피아드이다.
말하자면 세계 각국에서 과학분야의 될성부른 떡잎들을 모아놓고 누가 더 훌륭한 나무로 자랄 것인가를 비교하는 뜻깊은 자리이다. 이러한 떡잎들에게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해주어야 할 일은 바로 관심과 애정의 피력, 그리고 격려라는 뒷받침일 것이다. 그러한 어른들의 할 일 중에 언론의 역할이 가장 크다.
대표단의 발단식날을 기해 언론에서 “믿음직한 우리 과학의 꿈나무들” 이라며 격려해 준다면, 그들이 얼마나 힘이 솟고 사기가 오르겠는가? 그러한 언론의 관심과 배려가 그들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의 길을 택해 흔들림 없이 정진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며,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공계 기피현상의 타개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올해는 기존의 수학, 물리, 화학, 정보, 생물 등 5개 분야에 천문올림피아드가 추가되어 총 26명의 대표학생들이 참가했다. 우리 학생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생물 올림피아드에서는 최근 3년 연속 1위라는 쾌거를 달성하였고, 화학에서도 1위를 두 번이나 기록하였다. 물리, 정보, 수학에서도 2∼4위라는 상위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우리 과학계의 작은 별들이다. 앞으로 세계를 빛낼 커다란 별로 성장해주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특히 언론이, 이미 화려하게 피었거나 다 커버린 스포츠나 연예계의 스타들에 쏟아 붓는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이들에게 기울여 주는 배려와 사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김정덕(한국과학재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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