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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아리랑' 13년만에 100쇄 돌파

"민족, 구시대유물 같지만 자유 실현위한 소중한 주제"<br>우리민족에 대한 애정으로 대하소설 써와<br>작가에겐 사회 감시·감독할 책임있어<br>국내외 위인전·전래동화 묶어 50권 펴낼것


"대하소설 쓰는 일이란 마치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을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치가 떨리고 지긋지긋한 작업이지요. 원고지 첫 장을 마쳤을 땐 '이제 겨우 1만 5,000분의 1 작업을 끝낸 거구나, 이걸 언제 다 쓸까'하는 막막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 수난사를 담은 소설가 조정래(사진ㆍ64)씨의 대하역사소설 '아리랑'(전12권ㆍ해냄 발행)이 94년 초판 발행 이후 13년 만에 100쇄(제1권 기준)를 돌파했다. 조정래의 소설이 100쇄를 넘어선 것은 1997년 '태백산맥'에 이어 두번째. 국내에서 100쇄를 넘긴 소설을 쓴 작가는 조세희ㆍ 최인훈ㆍ이청준 등이 있지만 한 작가의 대하 소설 두편이 100쇄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조선호텔에서 아리랑 100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가진 조정래씨는 "세계화 물결 탓에 민족이라는 단어가 낡은 구시대 유물처럼 다뤄지고 민족 문제를 얘기하는 것을 범죄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지만 민족이란 여전히 인류의 자유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소중한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평생 인간에 대한 존엄, 나를 태어나게 한 민족에 대한 애정, 우리 민족 역사에 대한 천착이란 세가지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며 "아리랑 100쇄는 이런 내 생각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90년 한국일보에 연재된 '아리랑'은 94년 초판 1부를 선보인 이후 95년 12권으로 완간됐다. 아리랑의 총 분량은 200자 원고지 2만장. 12권 모두를 합쳐 806쇄를 찍었으며 누적 판매 부수는 지금까지 330만부에 달한다. 출판에서 쇄(刷)는 내용 변화 없이 똑같은 상태로 다시 찍는 것을 말한다. '아리랑'은 일제 침략부터 해방 때까지 일본ㆍ하와이ㆍ만주ㆍ연해주ㆍ중앙아시아에서 고된 삶은 살아온 우리 서민들의 애환과 투쟁을 그린 작품. 일본의 침략에 항거해 독립을 위해 피를 흘린 민초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 속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 대하 소설로는 처음 2003년 프랑스어로 완역돼 출간되기도 했다. 조씨는 최근 이문열, 황석영 등 중견 작가의 현실 참여 논란과 관련, "작가는 사회를 감시, 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양심을 속이지 않고 정직함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그걸 갖출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작가가 감시해야 하지요." 조정래씨는 앞으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 집필에 전념할 생각이다. 그는 "손자들에게 올바르지 않은 책을 읽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채호, 한용운 등 국내 위인 15인, 마더 테레사, 간디 등 해외 위인 15명 등 30명의 인물과 20편의 우리 전래 동화를 묶어 50권의 책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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