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가치보다 시장가치가 적은 종목들에 투자를 한 것이 단 한 번도 연간 손실을 기록하지 않은 비결입니다. 테마나 주도주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상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펀드'는 지난 2009년 설정된 이후 14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최웅필(사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KB밸류포커스펀드가 가치주 펀드지만 무조건 종목을 오랫동안 보유하지는 않는다"며 "3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동안 목표했던 주가가 실현되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일반주 펀드로 분류되지만 대형주가 40%, 중형주가 40%, 소형주가 20% 비중으로 담고 있을 정도로 타 펀드와 종목 편입 비중이 구별된다. 이 때문에 일반 중소형주보다는 변동성이 적고 대형주 펀드보다는 성과가 좋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 민감한 종목이나 테마주, 주도업종 주식을 편입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가치주를 선별해 바구니에 담고 있다. 최 본부장은 "가치투자자 입장에서 바이오나 화장품, 헬스케어 종목은 현재 주가에 미래의 성장성이 다 반영돼 있어 상당히 비싼 주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치주를 경쟁력을 갖춘 기업 중에 내재 가치보다 시장 가치(시가 총액)가 작은 종목이라고 정의했다. 예컨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 중에서 펀더멘털을 분석한 결과 내재 가치가 10조원인데 현재 시가총액이 8조원이라고 한다면 이 종목은 가치주다. 삼성전자도 가치주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최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내재가치와 시장가치가 30% 이상 괴리가 벌어졌을 때 해당 종목에 접근을 한다"며 "이 때문에 펀드 회전률이 50~60% 정도로 종목 교체가 드물다"고 말했다.
현재 KB밸류포커스펀드가 편입한 종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주식이 골프존이다. 현재의 골프존은 최 본부장 기준에서 딱 맞는 가치주지만, 골프존이 사업을 시작할 초기에는 최 본부장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종목이었다. 최 본부장은 "골프존 초기는 노래방과 같이 체인점을 확대해 스크린 골프 장비를 파는 사업 모델이었다"며 "하지만 이용자들 간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을 도입하면서 골프존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에 따르면 골프존을 이용하면 개인당 네트워크 이용료로 2,000원을 내야하는데 한해 평균 5,50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1,100억원이 특별한 투자 없이 이익으로 발생한다. 이처럼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데다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마련된 플랫폼으로 앞으로 다양한 사업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점에서 내재 가치보다 현재의 시장 가치가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지금의 KB밸류포커스펀드 투자 전략은 예전의 그것과는 다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내재 가치가 100조원, 시장가치가 70조원 짜리 기업에 투자했을 경우 시간이 지나 시장 가치가 100조원이 되면 해당 종목을 팔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업사이드를 고려해 더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하락장은 최 본부장에게 가장 좋은 투자 기회가 됐다. 공포심에 투자자들이 투매를 할 때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종목을 편입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미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을 골고루 추가 매수했다. 그는 "하락장에서는 가치주 영역으로 들어오는 종목이 있으면 신규 편입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종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KB밸류포커스펀드가 연 평균 10% 정도의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게 운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더 중요한 운용 기준은 결코 손실을 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최 본부장은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때 한 해라도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회복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최대한 복리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려면 손실을 본 기간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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