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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탄생 100년] 닮은꼴 경영인 아산과 카이저

전후 고성장 주도하고 과감한 핵심역량 재편

산업현장 공기 단축 등 '빨리빨리' 성격도 비슷


‘장자’의 첫 편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곤(鯤)’ 이야기. 초대형 물고기인 ‘곤’은 넓은 세상으로의 여행을 꿈꿨으나 한계가 분명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있을까. 간절한 염원에는 시련이 따라 붙었다. 비늘이 터지고 날개가 생기는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커다란 새, ‘붕(鵬)’으로 변해 더 먼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곤 이야기는 붕정만리(鵬程萬里),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려면 그에 걸 맞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60년대 중반 아산 정주영이 꾸었던 꿈은 붕새의 비전과 닮은 구석이 많다. 당시는 화신, 개풍, 삼호 등 기존 재벌이 쇠퇴하고 현대를 포함한 쌍용, 효성, 대농 등 신흥 세력들이 성장하던 시기. 현대는 해방 이후 건설 분야에 특화해 전후 복구사업과 개발 분위기를 타고 성장했으나 아산은 다가오는 위기를 본능으로 느꼈다. ‘일이 끝나면 인부가 흩어지는 게 건설 산업의 생리이자 한계’라는 문제의식 아래 대형 공사 수주에 몇 차례 실패하면 망할 수 밖에 없는 토건 분야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수천리에 달하는 몸집으로 넓은 바다를 호령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던 ‘곤’이 변형의 고통을 감수하고 ‘붕새’가 된 것처럼 현대는 핵심 역량을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건설로 시작해 자동차, 조선으로 뻗어 나간 미국의 카이저 그룹을 벤치마킹하기로 한 것이다.

자수성가한 건설업자 헨리 카이저는 1만톤이 넘는 ‘리버티’급 수송선을 대량 생산, 연합국의 2차 세계대전 승리에도 기여한 인물. 조립식 주택처럼 배를 짓는 데 모듈 공법을 도입하고 시간과 기술을 요하는 리벳 이음 대신 용접을 도입한 카이저의 혁신 덕에 미국은 3,700척에 이르는 대형 수송선을 뽑아내 전세계에 군수물자를 뿌렸다. 1만톤이 넘는 수송선은 불과 4일 15시간 만에 만든 적도 있다. 별명 ‘빨리빨리 헨리(Hurry up Henry)’에서도 공기 단축의 명수였던 아산과 비슷한 면모가 엿보인다. 오늘날 카이저의 이름은 미국 최대의 비영리 민간 건강단체인 ‘카이저 가족재단’을 통해 내려오고 있다.



아산의 역량 재편 전략은 21세기의 기업 경영에도 통하는 바가 있다. 주요 기업들이 구조를 신수종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펼치는 대규모 합병과 법인 신설은 과거의 문어발 확장과는 궤가 다르다. 생존과 발전을 위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와 붕정만리를 위한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가 여부가 기업은 물론 국민 경제의 내용까지 결정한다. 아산은 그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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