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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탄생 100년] <1부> 시대가 제2, 제3의 정주영을 부른다 <1> 지금 왜 정주영인가

건설·車·조선 키운 도전정신 아이콘… 지속성장 등불로 떠올라

이익보다 시대 원하는 사업 바깥서 벌어 안을 살찌우는 수출형 산업 육성에 주력

경제·정치 등 큰 족적 남겨

말년에는 통일사업 벌여 巨人의 꿈은 아직도 진행중

정주영 현대건설 사장이 1972년 10월, 갯벌로 뒤덮인 울산만 조선소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당시 정 사장의 손가락은 어떤 목표점을 향했을까. 그가 일궈낸 현대중공업은 이미 세계 제일의 조선소에 오르고 현대자동차는 월드 탑 5로 평가받지만 평생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가치를 창조하려 애썼던 고 정주영 회장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아산 정주영을 현재 시각에서 조명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고도 성장시대의 열정과 기업가 정신을 되새기는 의미뿐 아니라 아산은 국민들의 실제 경제생활의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아산이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고 만개할 수도 있다. 맨몸으로 세계 굴지의 기업군을 이룬 성공의 개인사도 청년 기업인들에게는 여전히 롤모델로 꼽힌다. 정치·경제·사회를 통틀어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정주영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흐르고 있는 셈이다.

◇경제, 정치에 가장 큰 흔적을 남긴 경제인=아산 정주영이 일군 기업 가운데 국민경제에 보다 큰 비중으로 기여하고 해외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올리는 분야로 자동차와 조선을 떠올리지만 실제는 더 많다. 자동차·조선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5대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은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달려온 성장 가도에는 아산 정주영의 음영이 직간접적으로 배어 있다.

아산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도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정치인 가운데 존경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정당을 창당하고 직접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어 패배했으나 그 파장은 결코 적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현대그룹의 고속성장 이미지에 속하지 않았다면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아산 자신과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범현대맨'들이 남긴 정치적 공과에 대해서는 시간이 더 흘러야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아산과 현대그룹의 존재 자체가 한국의 정치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목전의 이익보다 시대가 원하는 기업에 전념=개발연대를 지나온 세대들에게 정주영은 '선이 굵고 바깥에서 벌어 안을 살찌우는 기업인'으로 각인돼 있다. 해방 직후 창업한 1세대 기업인들의 가장 특징은 내수 중심의 경공업. 기업마다 제분(밀가루)과 제당(설탕), 면직 등 삼백(三白) 산업 같이 현금 회전이 빠른 업종에 달려들던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다른 기업인들이 도외시하던 건설업에 눈을 돌렸다. 신생 조국의 각종 인프라를 세우려면 건설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안목에서다.



특히 건설장비 기계화를 추구한 덕분에 현대건설은 1960~1970년대의 고도성장기에 경부고속도로와 소양강댐 등 초대형 공사를 맡으며 대한민국의 사회간접 자본을 늘리고 회사도 성장 가도를 달렸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진출한 자동차 사업과 조선업도 정부가 시급한 과제로 추진했던 수입대체 산업 및 중화학공업 육성책과 맞물려 한국의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일익을 맡았다.

◇바깥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돈이 원하는 곳이 많은 '만성적인 자금 초과 수요' 상태 아래 은행 대출금리와 시중 실세금리 격차가 커 기업마다 정책자금을 얻기 위해 정치권과 연줄을 만들려고 애쓰던 풍토에서도 정주영은 국내에 돈이 없으면 외국자본을 빌려서라도 창조적인 사업을 벌였다. 내수보다 해외건설 수출, 자동차와 조선업 등 수출형 산업에 주력해 '현대만큼은 바깥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는 세간의 평을 얻었다. 정주영이 추구한 무역과 세계시장 진출을 통한 성장전략은 한국의 숙명인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 아래서는 미래에도 유용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시간을 뛰어넘어 가치를 지니는 고전(古典)과도 같이 정주영의 생애는 과거의 영역으로 흘러갔으나 미래를 향한 등불을 비추고 있는 셈이다.

/기획취재팀=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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