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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북아 항만정책과 상업주의

최근 중국 양산항의 개장이 임박함에 따라 중국 항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체로 중국 항만이 이른 시일 안에 대규모 시설을 만드는 스피드에 놀라고 그들의 항만 개발로 부산ㆍ광양항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걱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섬에 건설되는 양산항은 배후부지와 32㎞의 교량으로 연결돼 연간 90일 정도는 안개ㆍ태풍 등으로 사용에 제한을 받고 구주항로만 연계 운송되는 등 운영상 제약이 있어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해볼 때 효율성이 의문시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양산항은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는 2010년까지 환발해만권ㆍ창장강삼각주ㆍ주장강삼각주 등 3대 항구군, 8대 항만의 컨테이너 부두를 배가하려는 중국 물류개선정책의 상징물로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2011년까지 연평균 11%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로 1억4,000만TEU의 수요가 예상되나 처리시설을 매년 5%씩 증설해도 약 6,000만TEU의 화물적체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주변국의 여유있는 항만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분산처리하지 않는 한 지속적인 성장 시나리오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건 속에 개장되는 중국의 항만시설은 인접구역 화물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할 것으로 보여 세계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 순위에서 상하이항이 매년 앞 순위로 자리바꿈해도 부산ㆍ광양항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항만은 북미항로의 경우 중국 항만보다 시간ㆍ비용면에서 우위성을 유지하고 있어 북중국 화물에 대한 환적서비스 제공에는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항만은 외형상 규모가 커지고는 있으나 아직 운영기법이나 효율성은 국제수준에 미치지 못해 부쩍 커버린 앙팡테리블같이 주의깊게 그 성장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자꾸 무서운 아이들로 자라나는 동네 ‘어깨’를 보며 위축되기만 할 것인가. 일단 달래가며 우리 나름대로 할 일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그들을 다루는 지략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동북아 물류허브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외 항만간의 제 살 깎기식 경쟁을 극복하고 상생을 위한 협력 속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황해는 동북아의 큰 호수(내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호수 주변에 있는 중국ㆍ한국ㆍ일본의 항만들이 다른 항만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여유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추구해야 호수 주변이 다 같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권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물류 분야의 협력체제 구축이 선결과제이며 이러한 기본구상을 중국ㆍ일본ㆍ한국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장관회의에서 확인되고 있다. 또한 동북아 물류정책 추진 내용도 관련국이 구체적으로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조만간 가시적인 효과가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항만정책과 관련한 최근의 보도는 메마르고 센세이셔널해 마치 운동경기 보도를 보는 것 같다. 2시간여 동안 온 힘을 다하는 마라톤 선수의 경주는 순위의 선후만 따질 게 아니라 개개인의 기록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 축구에서도 대표팀이 비겼다고 무관심할 것이 아니라 공수의 스피디한 전환, 패스의 순발력 등 경기의 질을 평가해야 한다. 장기에 걸쳐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항만정책에 대한 평가도 운동경기 보듯 상업주의에 물들어 순위경쟁, 승부에만 매달린다면 내실 있는 발전을 기할 수 없을 것이다. 부두 건설에만 5~6년이 걸리는 만큼 항만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계획에 따른 시설확충과 체계적인 운영개선을 추진해야 단기적 인기영합식 대안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 우리는 광양항ㆍ부산신항 등 계획적인 항만 건설을 통해 동북아 물류의 조정자 역할을 준비하고 있으며 항만 배후부지에 동북아 3국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양산항이 창장강유역의 물동량을 전담 처리하는 항만으로 개발되고는 있지만 자체 수요 증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항만이 될 것이라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받아들여 우리 항만시설과 운영체제를 정비해 동북아 물류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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