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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7월 15일] 한국과 미국의 저축률 역전

뉴저지주 중학교 교사인 제시카 랭스는 올 여름 휴가계획을 바꿨다. 독신인 랭스는 방학기간에 해외여행을 떠나 화려한 싱글 생활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낙인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씀씀이를 줄이자는 심산에 해외여행을 포기했다. 올해는 집에서 가까운 뉴욕주 롱아일랜드 해변가의 주택을 빌려서 친구들과 보내기로 하고 대신 방학 중에 번 과외 교습료 대부분을 예금에 넣기로 했다. 교사 연봉이 그다지 높지 않은 미국에서는 교사가 방학기간에 과외 지도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당장 실업위기에 처한 것도 아니고 여름학교와 과외 수입이 적지 않은 그가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결심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방학이 끝나면 친구이자 ‘자식’인 애완견을 돌볼 ‘페트시터(pet sitter)’ 비용을 대야 하는데 학기가 시작되면 과외 부수입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축률이 올 들어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여름 금융위기 이전 제로 수준이던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6월 중 6%를 넘었다. 소비가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구조상 국민들의 근검절약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야 속이 타들어가겠지만 미국의 미래가 불안하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실업률은 조만간 10%를 넘어서고 20개월째 이어온 고통스런 경기침체가 끝나도 화끈한 회복의 길로 접어들지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진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다시는 흥청망청하는 시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새로운 경제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2차 대전 이후 최장의 경기침체로 미국인의 생활습관은 물론 경제 구조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유의 금융위기로 대량 소비의 향락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해야 할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저축률은 9%에 달했다. 한때 세계1위를 자랑하던 한국의 저축률이 추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해 5%를 간신히 넘기겠지만 내년에는 3%대로 떨어진다고 전망됐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1990년대 이후 가계와 금융기관 등 각 경제주체들의 분에 넘치는 빚내기에서 그 조짐을 보였다. 가계는 자산보다 30% 더 많은 빚을 냈고 금융기관은 자본의 수십배까지 레버리지(차입투자)를 일삼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가릴 것 없이 모두 빚내기를 권했다. 모두 다 위기를 부른 탐욕이자 자만이다. 한국의 저축률 하락을 미국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의 전조로 본다면 나가도 한참 나간 지나친 우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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