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서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해외발 소셜미디어(SNS) 활동 흔적이 포착돼, 일본 정부가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일부 게시물은 미일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당국은 악의적 여론 조작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7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복수의 민간 데이터 분석 회사와 협력해 SNS 상의 해외 개입 정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자동 프로그램(봇·bot)을 활용한 외국계 계정의 반복 게시 활동이나 대량 ‘좋아요’ 반응이 다수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 콘텐츠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유도하거나,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등 선거 정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아오키 가즈히코 관방 부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자국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보공작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며 “일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국가나 계정 출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타이라 마사아키 디지털 담당상도 지난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외국 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선거 이후 관련 분석 결과를 정리해 공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며, 선거 이전까지는 감시와 경고 중심의 조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잇따라 드러난 외국 정부의 선거 개입 시도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지난해 11월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1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러시아의 SNS 개입 정황이 불거지면서 헌법재판소가 투표 결과를 무효로 선언하고 재선거를 결정한 바 있다.
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해 말, 미국 대선 개입 시도를 벌인 러시아 소재 ‘지정학전문성센터(GEOSCAN)’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기관은 러시아군 총정보국(GRU)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SNS상에서 허위정보를 대량으로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도 각국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수차례 포착됐다.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도 가짜 뉴스 및 조작된 영상 등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중국의 공작이 의심된 바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만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본 선거에서도 특정 세력이 여론 흐름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정보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관련 부처 간 협조를 통해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공작에 악용될 수 있는 SNS 플랫폼과의 협업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참의원 선거가 미일동맹, 방위력 증강, 에너지 정책 등 핵심 외교·안보 의제가 맞물린 선거인 만큼, 외국 정부의 간접적 개입이 실제 여론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중러 양국이 최근 대미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미국의 밀착 행보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안보 전문가는 “일본 내에서 자생적인 반미 정서를 부추기거나,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방식으로 외부 세력이 선거에 개입한다면, 단순한 온라인 여론 조작을 넘어선 안보 이슈로 봐야 한다”며 “디지털 공작에 대한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