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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평가도 없는 벤처 지원이라니...

국민의 정부가 역점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벤처기업 지원이 총체적 부실 덩어리였음이 드러났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지난 2001년에 운용한 프라이머리 회사채 담보부증권(CBO) 보증제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기술신보는 808개 벤처기업에 대해 2조2천여억원을 보증했으나 이중 409개가 도산해 9천여억원을 대신 갚아 주었고 앞으로 연말까지 추가로 나갈 것까지 합하면 1조원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지게 됐다. 반면기술신보가 이익을 낸 것은 80개 업체에서 972억원이 전부로 업체 수를 기준으로 하면 성공률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벤처의 특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기술신보의 경우는 터무니없이 높은 위험에 비해 수익이 너무 초라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기술신보가 날린 돈은 재정에서 메워 주어야 하므로 결국 국민의 혈세를 탕진한것이나 다름없다. 벤처 지원이 부실화된 이유를 들여다 보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프라이머리 CBO의 취지는 `기술은 있지만 담보력이 취약한' 벤처들을 지원하자는 것인 만큼 기술이 수반되지 않는 벤처는 있을 수 없는데도 기술신보는 717개 기업에 대해 기술 심사도 없이 2조1천여억원을 보증 지원했다가 이중 341개가 도산하는 바람에 7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신 변제했다. 보증 기업 10곳 중 9곳이 기술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채무 상환이 곤란한 기업이나 전회차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기업, 기술평가점수 미달 기업 등이 71개나 포함된 것은 기술신보의 보증 지원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느냐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에 불과하다. 부실 보증기업 97곳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48개 기업이 기술신보의 보증을 통해지원된 돈으로 `벤처'와는 전혀 무관한 주식, 부동산, 골프회원권 등을 사고 그것도부족해 해외로 빼돌리는 극심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말하자면 기술신보는 사전심사도 없이 마구 보증을 서고 사후 관리도 실시하지 않았으니 말만 벤처 지원이지실제로는 `무늬만 벤처'인 엉터리 기업들이 앞다퉈 `눈먼 돈'을 빼낸 꼴이다. 유동성이 고갈된 기술신보에 정부가 또다시 예산을 대거 투입한다지만 기술신보 내부의뼈를 깎는 의식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이런 총체적 부실에 담당자들의 비리가 없었는 지도 철저히 살펴 볼 일이다. 그러나 프라이머리 CBO 보증 부실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보다도 경제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가 벤처 붐을 일으킬 속셈으로 자금 지원 확대를 강력히 지시한 게 문제의 발단이기 때문이다. 기술신보측이 `보증 확대는 정책적 판단에 관한 사항으로 정부와 협의를 거쳤다"고 볼멘소리를 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차제에 경제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제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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