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1년 동안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강도높은 교육을 받고 막 창업을 시작했다는 한 1기 졸업생은 “창업하면 자금 받을 데가 많다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측의 얘기는 이상적인 주장”이라며 “유럽에서는 인기가 높은 사업아이템인데 중진공에서 이익공유형 대출을 거절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창업자는 사업 준비 부족으로 중진공 대출 심사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 지원 확대에만 집중된 질문에 청년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진땀을 뺀 사람은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이었다. 그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고도 지원을 계속 해달라고 하면 사관학교 자체를 접어야 한다. 이 교육만으로도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고 타이르는가 하면, 청년들의 비상식적 요구가 이어지자 답답한 마음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송 청장은 토론 끝자락에 “정부가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면 좋겠지만 여기 사관학교조차 못 들어오고 밖에서 고생하는 창업자들도 생각해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기청과 중진공이 창업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처음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지난 2월 1기 졸업생 212명을 배출했고 올해도 1차 입교생 102명을 비롯, 138명을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청년창업자 상당수가 정부지원 만을 바라는 안이함에 젖어 있는 게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벤처업계는 물론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내부에서조차 이들 함량미달 예비창업자들에 비판과 더불어 제도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1기 사관학교의 한 우수졸업생은 토론 직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창업준비생들의 질문 수준이 너무 떨어져 민망하고 답답했다”고 고백했다.
한 엔젤투자자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경쟁률이 6.5대1인데 실제 엔젤투자 등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관대하게 받아주는 셈”이라며 “엔젤투자를 할 때 보면 몇백대 1, 몇천대1을 기록하지만 실제 면접해 보면 정말 의지가 있거나 제대로 준비된 사람은 댓 명도 안 된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자금은 많은데 제대로 준비된 창업자는 극소수라서 투자를 못한다”고 토로했다.
나태한 지원자는 과감히 걷어내고 창업정신을 제대로 갖춘 소수정예에 지원을 집중하는 편이 건강한 창업문화 정착에 더 낫다는 지적이다. 현재 입교자의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탈락시키고는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 파악하는 ‘준비된 창업자’ 수에 비하면 탈락률이 낮다는 게 벤처업계의 시각이다.
한국청년기업가협회 관계자는 토론 자리에서 “사관학교의 목표는 창업 숫자를 늘리기보다 창업성공률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1기 졸업생은 “실제 정부 지원만 바라보는 자질 부족의 교육생도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중기청과 중진공 역시 창업자들의 정신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다만 입교생 수 문제는 국회 예산 배정 때문에 조절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진공의 한 관계자는 “1기 교육을 해보니 인성이 제대로 안 갖춰진 창업자가 너무 많아 창업 성공의 핵심은 기술보다 인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올해는 인성교육을 크게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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