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토지와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을 설정한 후, 낡은 가옥을 헐고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재축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후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신축하였는데 저당권의 실행으로 토지가 경락됨으로써 대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을 경우, 토지에 관하여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 여부다.
‘법정지상권’이란 경매로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달라졌을 때 일정한 요건 하에 건물소유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토지와 건물이 원래는 같은 소유자의 소유였는데, 토지나 건물 어느 한쪽만이 경매에 회부되어 결국 소유자가 달라졌을 때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면 건물소유주는 건물을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토지를 낙찰 받는 입장에서는 건물을 철거할 수 없게 되므로 이러한 토지를 낙찰 받을 때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건물이 경매, 공매 등으로 소유권이 달라진 경우, 건물 소유자는 법정지상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경우 법정지상권이 있는 건물소유자가 그 건물을 철거한 뒤 다시 새로운 건물을 신축한다고 해도 법정지상권은 새로운 건물에 여전히 존속하게 된다. 다만 그 법정지상권의 내용은 구건물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용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범위내로 제한될 뿐, 새건물과 구건물에 동일성이 있음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98다 43601, 전원합의체 판결)
위 사례와 유사한 사건을 많이 취급한 법무법인 진솔의 강민구 대표변호사는 “위 전원합의체 판례는 토지와 건물에 공동저당이 설정된 경우 공동저당권자가 토지 및 건물의 각각의 교환가치 전부를 담보로 취득한 것인데 문제는 건물이 철거된 후 건물을 신축한 경우 신축 건물에는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만약 이러한 상태에서 신축건물에 관하여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보면, 공동저당권자로서는 법정지상권 가액에 해당하는 가치를 되찾을 수 없게 되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된다고 대법원은 보았다”고 설명했다.
또 강민구 변호사는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그 지상에 토지소유자에 의한 건물의 건축이 개시되기 이전이었다면, 건물이 없는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근저당권자가 토지소유자에 의한 건물의 건축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주관적 사항이고 공시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토지를 낙찰받는 제3자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제3자의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등 법률관계가 매우 불명확하게 되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만약 토지에 대해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토지소유자가 그 지상에 건물을 짓고 있는 경우에도 그에게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이 인정될까?
이에 대해 강민구 변호사는 “그 건물이 사회관념상 독립된 건물로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건물의 규모, 종류가 외형상 예상할 수 있는 정도까지 건축이 진전되어 있었고, 그 후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다 낸 때까지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지는 등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의 요건을 갖추어야 법정지상권의 성립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경매를 제외하고 매매 기타 원인에 의하여 동일인이 소유하던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소유자를 달리하게 된 경우에는 당사자들 사이에 약정을 통하여 건물을 철거한다는 약정이 없는 한 역시 지상권이 인정되는데 이것을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라고 부른다.
또한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경우에도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게 지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2년치 지료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정지상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 강민구 변호사는 “부동산 거래 내지 경매 참가 시 법정지상권 문제를 잘못 판단하면 큰 손해를 입게 되므로 사전에 부동산전문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법무법인 진솔 강민구 대표변호사, http://법무법인진솔.한국>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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