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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2월의 악몽


'재정절벽'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미국이 다시 '국가부채한도 상향 조정'의 늪에 빠지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한도로 정해진 16조4,000억달러를 넘어서 재무부가 비상조치로 빈 곳간을 메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다음달이면 바닥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재정절벽 협상에서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세수 증대에 동의했던 공화당은 재정적자 확대의 주요 요인인 정부지출을 극적으로 줄이는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동의해야만 채무한도를 늘릴 것이라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한도증액에 관한 한 의회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경고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격앙되고 여야는 벼랑 끝에 다다를 때까지 지루한 줄다리기를 할 것이다. 이 같은 전개의 워싱턴 드라마를 미 국민들은 너무 자주 봐왔다. 어린이 머리카락 속의 이(lice)보다도 의원들이 더 혐오스럽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에서도 정부의 역할, 재정정책의 효용성 등이 주요한 이슈였다. 지난 6일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시카고 학파의 맥을 잇는 해럴드 울리그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밸러리 래미 UC샌디에이고대 교수가 벌인 논쟁은 정부에 대한 진보와 보수 양쪽 시각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진보를 대표하는 크루그먼 교수가 유럽 국가들을 예로 들어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로 불황이 심해졌다는 논거를 제시하자 래미, 울리그 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비효율적임을 밝히는 수치를 들며 정부 대신 민간의 경제활동을 되살려야 한다고 맞섰다. 2시간여 공방을 펼쳤지만 어느 한 쪽이 우세했다고 결론 내릴 수 없었다. 객관적인 타당성과 과학적인 증명을 생명으로 여기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를 워싱턴 정치인들이 풀어낼 수 있을까.

같은 AEA 총회에서 만난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2월 국가채무한도 상향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으로 미국 경제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폴트가 걱정되면, 정부가 다른 지출을 줄여 채권이자를 지급하면 될 것'이라고 한 공화당 의원의 말과 오버랩됐다. 미국이 어떻게 2월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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