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물경기 회복의 ‘구원투수’로 제시한 건설후임대(BTL) 민자사업이 건설사의 참여부재와 지자체의 비협조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 경기회복의 원동력으로 민간투자사업에 큰 기대를 걸어왔던 정부로서는 당혹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4일 재정경제부ㆍ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정부가 추진할 BTL사업 규모는 6조1,969억원에 이르지만 실제 집행규모는 1조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올 4월까지 무려 77조5,000억원의 예산을 조기 집행했음에도 불구, 1ㆍ4분기 성장률이 2.7%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새 발의 피’인 셈이다. BTL사업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데는 사업의 특성상 개별사업 규모가 적어 대형 건설사를 끌어들일 유인요소가 부족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BTL 단위사업은 그 규모가 50억~100억원대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로 인해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BTL사업이 규모는 작고 사업장만 많은 ‘고비용-저이익’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중장기 이익(국고채금리+a)보다는 단기이익을 선호하는 건설업계의 관행상 사업참여는 더욱 저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BTL사업으로 첫 고시된 충주비행장 군인아파트(200가구)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했던 대형 건설업체 A사는 사업장이 지방인데다 공사비 규모도 작아 비용과 품만 들어간다고 판단, 수주 자체를 포기했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지방의 군인아파트ㆍ하수도 등 수익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대형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업체인 B사는 BTL사업이 별다른 이득이 없다고 판단해 전담팀 자체를 해체했다. B사 임원은 “참여하자니 돈이 안되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며 “기껏해야 재정사업 실적만 올릴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BTL사업의 75% 가량을 차지하는 지자체 사업은 사업부지를 구하기 어려운데다 지역 군소 건설업체들의 반발이 심각해 사업자 선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처 고위관계자는 “지자체들의 건설부지 확보실적이 별 볼일 없는데다 과거 재정사업을 도맡았던 지역 건설업자들의 반발이 워낙 커 대형 업체들이 사업참가를 꺼리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과거 지자체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한 군소 지역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BTL사업이 오히려 규모가 크다는 것. 때문에 여러 루트를 통해 불만을 표출시키면서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문제가 복잡해지자 예산처는 최근 지역 내 이권다툼을 우려한 나머지 지자체를 대신해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로 하여금 직접 개별사업자를 선정해주는 방안까지 마련한 상태다. 김흥수 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올해 BTL사업에서 단기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무엇보다 민자사업의 원천적인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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