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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

"국내 정유사도 종합에너지 기업 변신해야"<br>자원개발 역량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사업 모델 다각화해야<br>업계 순익률 1.8%대로 타업종 비해 훨씬 낮아 '폭리'라는 말은 지나쳐



"글로벌 정유산업은 분명히 전환의 시점을 맞았습니다. 국내 정유사도 자원개발 역량을 높이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기술까지 갖춰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전해나가야 합니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정유업은 대내외적 어려움에 봉착했고 현상태로는 미래 에너지 전쟁에 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트렌드가 바뀌는 시대에 국내 정유사가 국제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강조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가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석유사업 부문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어온 상황이다. 그러나 갈수록 치솟는 기름 값 때문에 국내 소비자로부터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오 회장은 "국내 정유업계는 내수에서는 공급과잉이고 수출도 인도ㆍ중국ㆍ중동의 신증설 물량에 위협받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일부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에 대해 실상과는 거리가 먼 오해를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유사들의 석유사업 순이익률은 1.8% 정도다. 전자ㆍ철강ㆍ통신ㆍ자동차ㆍ중공업 등 대기업 업종의 순이익률이 6~9% 내외이고 해외 메이저 석유회사의 수익률이 6~9.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오 회장은 "정유사들이 종합에너지 회사로 변신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상반기 리터당 영업이익이 13원 정도인 현재 수준으로는 투자여력 확보가 어렵다"면서 "우선 정유업계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기름 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국내 기름 값 결정구조는 단순합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ㆍ시장상황을 감안해 개별사들이 정하는데 가격차별화 요인이 크지 않아요. 상반기 기준 정유사 단계의 마진이 휘발유 기준 리터당 13원 정도입니다. 정유사들이 내릴 수 있는 폭이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국제 원유 가격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는데 국내 기름 값은 그대로라는 불만도 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원유 값 변동이 국내 기름 값과 직결된다고 믿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원유는 투기적 요소, 달러가치, 산유국의 정치적 요인 등으로 움직이지만 휘발유ㆍ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실물경제 수요에 따라 움직입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연동됩니다. 그리고 지난 8월 기준 국내 소비자가격에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7.8%, 원유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3.7%에 불과합니다. 즉 원유 가격이 절반이 됐다고 해도 국내 소비자가격 인하요인은 17% 정도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정유사들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를 때는 내수 공급가를 재빨리 올리고 떨어질 때는 천천히 내린다는 오해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1~2주의 시차를 두고 정확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 정유사들의 내수공급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떻습니까. ▲국내 유가산정지표는 모두 공개돼 누구라도 확인ㆍ검증할 수 있습니다. 내수시장은 4개사가 공급과잉 상태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초과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세제 외 내수 공급가는 휘발유 리터당 724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리터당 807원보다 낮습니다. - 기름 값에 붙는 세금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소비자가격 중 세금 비중은 올 초 64.9%, 지금은 52.8%입니다. 그러나 세금은 협회장 입장에서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국가의 세수목표, 에너지 절약, 소비자 부담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정하는 것이니까요. -지난해 가을부터 정유사들이 많이 어렵습니다. 3ㆍ4분기 실적도 석유사업 부문은 대부분 적자더군요. ▲경쟁환경이 변하고 있어요. 지난해 정유사들이 수출에서 반 이상의 수익을 올렸는데 중국ㆍ인도ㆍ중동 등의 정유업계가 수출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국제시장에서 큰 도전에 직면한 겁니다. 내수시장도 공급과잉이니 어려울 수밖에요. -정유사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미래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만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게 사실입니다. ▲삼성전자ㆍ포스코 등 기업들이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하면 국민들이 박수를 쳐줍니다. 그런데 정유사들은 지난해 4사를 더해 9,970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걸 가지고 폭리를 취했다고 합니다. 정유업계가 우선 반성해야겠지만 이런 시각은 고쳐져야 합니다. 폭리라는 말은 지나칩니다. 정유사의 미래는 각자가 걱정할 몫이지만 이들이 미래 에너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닥칩니다. 지금보다 더 값비싼 에너지를 쓰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국내 정유업계가 앞으로는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요. ▲정유 일변도의 사업 모델을 다각화해 종합에너지 회사로, 또는 종합에너지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변화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과연 여력이 있느냐가 고민입니다. 정유산업은 분명히 전환시점을 맞았습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이 신재생에너지, 녹색기술, 에너지 효율화, 해외자원 확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오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일입니다. -협회장 취임 이전에 민간 자원개발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내셨습니다.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느끼셨나요.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미국ㆍ일본 등 강대국과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의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자원외교를 벌이는 것은 다행입니다. 산유국이 필요로 하는 도로ㆍ항만ㆍ철도 등 필수 기반시설을 건설해주고 대신 자원개발권을 확보하는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을 잘 추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생각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정유산업은 핵심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지난 40여년간 원활한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만 이에 걸맞은 평가는 받지 못했습니다. 1970~1980년대 관치산업의 이미지와 함께 유가자유화 이후 고유가에 대한 불만이 원인인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때문에 기름 값의 진실과 정유사 경영의 실상이 왜곡, 전달된 것 같습니다. 왜곡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유산업의 실상과 현황을 소상히 알려 신뢰 받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사회적 책임도 강화하겠습니다. ◇약력 ▲1949년 강원도 양양 ▲1971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2년 상공부 구주통상과장 ▲1985년 주독일대사관 상무관 ▲1994년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1996년 대통령 경제비서관 ▲1998년 산업자원부 차관보 ▲1999년 제14대 특허청장 ▲2000년 한국철도차량 사장 ▲2002년 강원랜드 사장 ▲2003년 한국가스공사 사장 ▲2007년 예당에너지 회장 ▲2009년 2월 제18대 대한석유협회장
원칙 중시하는 ‘뚝심의 사나이’


■오강현 협회장은
가스公 사장서 해임뒤 4년 소송 끝에 명예회복도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은 재계와 관계에서 '뚝심의 사나이'로 통한다. 관료생활을 할 때나 공기업과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일할 때나 변함없이 그의 신조는 '원칙'이었다. 오 회장의 뚝심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 사례는 한국가스공사 사장에서 해임된 뒤 벌인 4년간의 소송. 오 회장은 지난 2005년 가스공사 비상임이사회에서 해임이 결의된 것이 부당하다면서 4년간의 소송을 벌여 결국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승소,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관료 출신 공기업 CEO로서는 이 같은 소송을 진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거부하고 길고 고독한 법적 다툼 끝에 명예를 되찾았다. 오 회장은 가스공사 노조도 원칙으로 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해임사유에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노사합의안 도출 실패' '노조집회 묵인' 등이 추가됐지만 법원은 "해임사유가 모두 부적절하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오 회장은 관료와 CEO를 거치며 청탁과 외압을 거절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강원랜드를 단순한 카지노에서 가족이 휴식할 수 있고 기업 세미나 등이 열릴 수 있는 종합리조트로 변모하게끔 한 것도 그의 공로다. 오 회장은 "석유협회장으로 오기 전에는 나도 주유소에 가면 '원유 값은 크게 떨어졌다는데 왜 기름 값은 이것밖에 안 내리나'하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소비자의 오해가 정보부족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잘 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 정유업계가 소비자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활동을 벌일 생각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결성한 '석유시장감시단'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오 회장은 "석유시장감시단 활동을 통해 잘못 알려진 정유업계의 실상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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