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 기술강소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 같은 증가세가 일부 상위 기업들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과학기술부에 제출한 ‘IMD, WEF, OECD 과학기술경쟁력 종합분석 및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R&D 상위 3대 기업인 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자동차의 투자비용이 국내기업 총 R&D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대 초반 29%대에서 2004년 이후에는 35%를 웃도는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R&D 비용 연평균 증가율도 이들 3대 기업 평균이 16.6%로 기업 전체 평균인 12.8%를 크게 앞질렀다. 이처럼 일부 상위기업의 공격적인 R&D 투자에 힘입어 국내 기업의 R&D 비용 증가율은 95년부터 2005년 현재까지 연평균 7.37%를 기록, 미국(3.62%)이나 일본(4.57%)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핀란드(8.67%)나 아일랜드(7.34%) 등 기술강소국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중소기업 R&D는 기술강소국보다 낮게 나타났다. 종업원 250명 미만 국내 중소기업의 R&D 비중은 16.7%로 10% 안팎에 그치는 선진국보다는 높았지만 20% 안팎 수준인 기술강소국에는 못 미쳤다. 기업 R&D에 대한 조세지원 역시 전반적으로 선진국이나 기술강소국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대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율이 중소기업에 비해 높아 중소기업 R&D 활동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지적됐다. R&D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 정도를 나타내는 1-B지수는 대기업이 2001년 현재 0.126에서 2007년 0.180으로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0.109에서 0.158로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처럼 기업 R&D가 소수의 글로벌 기업에 집중됨에 따라 R&D 활동도 특정 산업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지적됐다. 기술강소국과 주요 선진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서비스산업의 R&D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산업 R&D는 99년 14%에서 2004년 7.2%로 오히려 감소하는 등 상대적인 부진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내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중소기업 R&D에 대한 조세지원과 신생 벤처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기업이 주력하는 전자장비나 자동차 분야 이외의 유망 분야 및 서비스산업의 R&D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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