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내정자는 특히 PT 중간중간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동영상까지 틀며 충청권 고용 창출 등을 이룬 지주 회장에 대한 찬사를 잊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일부 인사들은 함 내정자의 PT와 관련, 영업력은 높이 사면서도 지나친 회장 예찬론에 불편함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24일 세간의 예상을 깨고 함 내정자를 통합은행장으로 발탁한 것은 자신의 '복심'을 통해 통합 은행의 초기 갈등을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조흥은행 합병과 달리 하나·외환은행은 직원들의 출신 자체가 너무 달라 화학적 결합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에 비해 취약한 소매 영업력을 회복하는 것도 통합 성공의 관건이다.
이 때문에 초기 선임 과정에서는 김 회장이 직접 통합은행장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금융당국의 부정적 견해 등으로 이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대신 같은 서울은행 출신이자 '영업통'인 함 내정자를 통해 통합은행 초기에 김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휘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은행장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룹의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라지만 사실상 일선에서 퇴진한 고문과 같은 역할이라는 것이 내외부의 중론이다.
이로써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직계로 불리며 하나은행에서 사실상 세자 수업을 받았던 김병호 행장은 자리를 떠나게 됐다. 김한조 외환은행장 역시 노조와의 갈등을 끝내 수습하지 못했던 점과 대우조선해양 과다 여신 등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관심이 모아지는 자리는 KEB하나은행 수석부행장 역할을 할 영업부문장이다. 영업부문장은 마케팅그룹·자산관리그룹 등과 지역 영업망을 총괄하는 실세 부행장이다. 이 자리에는 황종섭 하나은행 영남영업그룹 부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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