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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진해조선소 가보니] 곳곳마다 '생존!' 플래카드… 도크에선 컨선 조립 구슬땀…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중형탱커선 위주 수주 확대

영업손실 규모 1조5600억서 1년 만에 3137억까지 줄여

부실 원인 저가 수주 탈피… 영업손실 '0' 기대감 솔솔

성동조선과 합병도 수면위로

STX조선해양 진해 조선소에서 건조를 끝내고 9일 명명식을 거행한 러시아 소브콤플로트사 소속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SCF 미트레(MITRE)''호의 모습. 1년8개월째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은 LNG선과 같은 차별화된 고급 중형 선박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STX조선해양


KDB산업은행은 지난 6일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사령탑 후보로 정성립 현 STX조선해양 대표를 추천했다. 이는 정 대표가 20여년간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며 위기 해결사로서 능력을 입증한 덕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공로가 이번 인선의 배경이었다는 분석도 많다.

그룹 해체라는 나락까지 몰렸던 STX조선해양이 차츰 숨을 고르며 재기를 위한 발판을 착실하게 다지자 정 대표의 리더십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은에 새삼 돋보였다는 평가다.

무리한 중국 진출과 때마침 밀어닥친 조선 업계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2013년 7월 STX그룹이 해체한 지 1년8개월. 이달 초 방문한 STX조선해양 진해 조선소는 조용히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해의 명물인 벚꽃이 활짝 핀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났지만 "생존!"을 외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린 조선소는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원가절감' '기술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포스터가 사무실마다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사무직 직원은 "현재 전 사원을 대상으로 원가절감 방안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는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의 주축인 STX조선해양은 현재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 관리(자율협약) 아래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부실의 원인이었던 저가 수주 물량을 취소하고 3,500명이던 정규 직원도 1,000명 가까이 줄였다. 임직원 급여는 평균 30%가량 삭감됐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3년 전만 해도 불어나는 사원을 감당하지 못해 자리만 있으면 STX에서 사원 아파트를 쌓아올렸다"면서 "지금은 형편이 어렵지만 지역 경제의 구심점인 만큼 지역민들도 STX조선해양의 재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STX조선해양의 상황은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수주량은 중형 유조선 등 24척으로 전년(13척)보다 11척 늘었다. 수주액도 10억7,300만달러(약 1조1,763억원)로 3배 가까이 뛰었다. 2013년 1조5,600억원이 넘던 영업손실 규모는 1년 새 3,137억원까지 급감했다. STX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도 대부분 턴 만큼 수주만 견조하게 뒷받침해주면 올해 영업손실 '제로(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원투수였던 정 대표는 떠나지만 그가 이뤄놓은 토대를 발판삼아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해 조선소의 육상 도크에서는 현재 9,2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이 한창 조립 중이다. 그 외에는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혹은 탱커선이 눈에 들어왔다. STX조선해양은 선박 종류를 무차별하게 늘리던 전략을 버리고 강점을 가진 중형급 위주로 전환했다. 컨테이너선·LNG선처럼 중국 업체들이 따라잡기 힘든 분야에서 확실한 기술우위를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 로열더치셸과 협력해 연내 LNG 벙커링셔틀(해상 LNG 연료 주유선) 건조도 시작한다. LNG 벙커링셔틀은 선박용 연료로 친환경 LNG가 각광 받으면서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STX조선해양은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글로벌 수주 가뭄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사의 전신인 대동조선 시절부터 20년간 근무해왔다는 한 직원은 "2000년대 중반 조선업 호황이 유달리 길었던 만큼 하강 국면도 오래 이어지는 것 같다"면서 "선박 교체 주기도 다가오고 고객사들이 우리의 기술력에 갖고 있는 신뢰도 여전해 대우조선해양이 그랬듯 곧 재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봄을 기다리는 STX조선해양에는 또 다른 도전도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성동조선·SPP조선과의 합병 문제다. 중형 조선사들이 장기 불황을 이겨내려면 서로 합병해 소모적 수주 경쟁을 방지하고 생산 능력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의 합병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합병 후 시너지를 미리 짐작하기는 어렵다"면서 "양사를 합치면 6개월~1년 정도는 혼란이 있겠지만 불황을 버텨내고 호황 국면에서 건조량을 빠르게 늘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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