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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토목의 추억

예나 지금이나 토목건설사업은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건설만큼 경기부양에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사업이 없을 뿐더러 고용효과도 만만치 않아 그야말로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규모 토목사업에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지만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하면 재원조달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므로 가시적 효과가 큰 토목사업은 이래저래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가 될 소지가 높다. 하지만 지난 3월 도산을 선언한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시를 뒤돌아본다면 대규모 건설토목사업에 무조건 찬성할 수만도 없다. 탄광도시였던 유바리시는 석탄산업이 쇠퇴하자 대대적으로 테마파크와 리조트를 건설해 지역경제 회생을 노렸지만 600억엔의 빚만 남기는 참담한 재정파탄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월말에는 당내 정책토론회에서 대선 예비주자들 사이에 불꽃 튀는 논쟁이 일더니 이제는 정부의 재검토 보고서를 둘러싸고 왜곡ㆍ변조 의혹까지 야기되는 등 갈수록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 태스크포스에서 만든 게 9쪽짜리냐 37쪽짜리냐가 아니라 대선이 아직도 반년이나 남은 이 시점에 왜 정부 보고서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사실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점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선거과정일 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피할 수 없는 소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가 지시하고 검토한 정책 보고서는 대통령이 분명한 정치적 지향을 표출하는 상황에서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올바른 검증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보고서 작성 및 유출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조사에 나선 것도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하여튼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쟁점을 살펴보면 대략 환경오염 및 관광자원 가능성, 소요 재원의 추산, 물류 수요를 비롯한 경제적 효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비용편익 분석 등 경제적 효과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인공하천화하면 정도의 차가 있을 뿐이지 필연적으로 생태계가 파괴될 수밖에 없으며 수질오염을 피하기 위해 뱃길과 취수원의 수로분리 공사를 하더라도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물류효과가 크기 때문에 부분적인 환경오염을 감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대운하를 판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18조원이냐 14조원이냐 하는 총 사업비 문제도 부수적일 따름이다. 골재판매액을 어느 정도로 추산하든 총 사업비는 더 늘어날 소지가 높으며 물동량이 풍부하고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더라도 ‘한반도 대운하’는 반드시 실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교통과 물류의 대원칙은 다양한 운송수단에 있고 경부고속도로로 부족할 때는 제2의 고속도로보다는 경부고속철도가 필요한 것처럼 경부대운하도 하나의 물류 프로젝트로 검토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정치적 사안도 문화운동도 아닌 경부대운하의 건설 여부는 전적으로 경제적 편익분석에 따라 결정돼야 할 것이다. 물론 과거 대부분의 여당 후보들이 정부가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정부로부터 검증받은 정책을 공약사업으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야당 후보는 언제나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토목의 추억이 강렬하다고 해도 비용보다 편익이 부족하다면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말을 바꿔가며 합리화에 몰두하기보다는 차라리 공약은 거둬들이는 것이 국익을 위해서도 후보 자신을 위해서도 바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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