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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4일 가시적인 시너지 창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부터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전산망 정비를 끝내고 카드 가맹점을 공동 이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양 은행 간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기(ATM) 통합운용, 하나HSBC생명 방카슈랑스 상품의 외환은행 창구 판매 등의 협업이 진행돼왔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수익적 측면에서 볼 경우 2%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카드 가맹점 공동 이용은 의미가 적지 않다.
투뱅크 체제 아래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시너지를 증명할 수 있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그간 카드ㆍ캐피털 등 투뱅크 체제 아래에서 시너지가 가능한 분야부터 협업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혀왔다"며 "카드 가맹점 공동 활용은 자칫 더딜 수 있는 하나ㆍ외환 은행 간 화학적 결합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맹점 공동이용으로 '한 지붕 효과' 극대화=이번 조치로 하나SK카드 고객들은 전국 220만에 이르는 외환은행 카드 가맹점에서 하나SK카드를 외환카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외환 카드도 순기능이 적지 않다. 하나은행 창구부터 카드 발급 신청이 가능한 SK텔레콤 대리점이 약 2,500개에 이른다. 외환카드 입장에서는 하나은행 및SK텔레콤 대리점 등을 활용해 고객군 확대 및 판매 채널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발급한 외환카드의 고객은 40~50대가 많은 반면 하나SK카드는 모바일 카드로 젊은층 고객이 많은 편이다. 고객 확대 측면에서 궁합이 좋다는 얘기다. 특히 막연하게만 들렸던 시너지 효과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하나SK카드가 BC카드 가맹점을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연간 약 60억원 규모의 가맹점 이용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 업계도 하나금융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LG카드를 인수하고 업계 1위로 뛰어올랐듯이 두 카드사가 향후 합병까지 갈 경우 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너지 본격화되는 계기될 듯=하나금융이 여타 금융지주와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은 바로 투뱅크 체제라는 점. 이는 역으로 보면 두 은행 간 수익을 동반한 협업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환은행 채널을 통한 하나HSBC생명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의 경우는 하나HSBC생명의 미진한 시장점유율을 이유로, 두 은행 간 ATM 통합운용은 눈에 보이는 수익적 측면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시너지 본격화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가맹점 통합 이용에 큰 의미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두 은행의 장점을 접목시킨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외환은행의 외환 및 송금 서비스와 하나은행의 PB상품을 믹스한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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