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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 못찾는 철도파업] 개혁 시도 때마다 파업 … 노조가 누적부채 해결 발목

■ 역대 파업사태 보니

노조 밥그릇 지키기 매달려 88년 이후 10차례나 파업

정부 서둘러 타협… 화 키워

현 부채비율로는 미래 암담… 혁신 못하면 국민에 큰 짐


정부가 철도 개혁 의지를 내보일 때마다 철도노조가 불법파업 등으로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 17조원에 달하는 코레일의 누적부채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정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지난 1988년 이후 지금까지 9차례 파업을 했다. 이번 파업까지 합하면 모두 10차례가 된다. 이렇게 많이 스스로 개혁 기회를 발로 걷어찬 꼴이다. 철도노조는 2000년대 들어 정부의 개혁 의지를 무력화하기 위해 파업을 본격적으로 동원했다. 당시 정부는 누적되는 철도 부채를 줄이고 각 노선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노하우를 쌓아 중국이나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지만 철도노조는 스스로의 이익 지키기에만 매몰돼 번번이 정부의 개혁 의지를 꺾기에 바빴다.

2002년 2월의 경우에도 철도노조는 정부의 철도 민영화 입법 철회를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가 철도 개혁에 손을 대려고 하는 순간 노조가 파업으로 맞선 것이다. 정부도 철도 개혁이 절실했지만 파업 카드에 지레 겁을 먹고 서둘러 타협을 해버려 지금까지 두고두고 화근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2000년대 초반 철도 경쟁력 강화 방안이 나왔을 때 지금처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어야 했는데 계속해서 노조 파업에 굴복하다 보니 정작 코레일의 경쟁력은 말하기 창피할 정도의 형편없는 수준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빈번한 노조 파업과 정부의 굴복으로 안정적인 신분과 고임금은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경쟁력이 추락하는 등 장기적으로 잃은 게 더 많은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2002년 2월의 철도 파업의 경우 3일 만에 정부가 굴복하면서 노조는 자신감이 오르기 시작했다.

1년 뒤인 2003년 6월 철도구조개혁법률의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노조는 또다시 들고 일어섰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는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저지가 파업의 주된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역시 파업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3일 만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후 노조는 정부의 개혁 논의만 나오면 기계적으로 파업에 나서면서 노조원 스스로가 매너리즘에 빠지고 차츰 외국 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 결과를 낳게 됐다.

코레일의 한 간부는 "지금까지 철도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사측과 임단협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경영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폐단이 없지 않았다"며 "회사가 경영혁신 얘기만 꺼내도 노조가 파업으로 발목을 잡는 바람에 혁신다운 혁신을 한 적이 없고 결과적으로 경쟁력은 땅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2006년 들어 정부가 다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해 3월 노조는 다시 파업에 나서 이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파업 개시 이후 4일 만에 물러났다.

2009년에는 모두 4차례나 파업이 이어졌다. 당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철회하라는 게 노조의 핵심 주장이었다. 철도공사의 혁신 노력이 번번이 물거품으로 끝난 것이다. 개혁 타이밍을 번번이 놓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코레일의 부채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코레일의 부채 17조6,000억원은 초기 고속철도차량 부채 4조5,000억원 외에 영업적자 누적 등이 주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의 부채는 17조6,000억원으로 지금까지의 영업손실 누적액 4조6,000억원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초기 부채(4조5,000억원), 차량 구입비용(2조7,000억원) 등의 순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업에 필요한 차량 구입과 역 시설 개량비는 영업부채의 성격이며 영업적자 누적액 포함시 영업부채는 12조6,00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코레일 적자는 독점으로 인한 방만한 운영 탓이 아니라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한 경부고속철도 운영부채'라는 주장이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철도노조가 정부 우산 속에만 머물려 하다 보니 자체 경쟁력은 고사하고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형편없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1980~1990년대 이미 철도 개혁을 마무리했는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15~20년이나 뒤져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 등의 물류가 철도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시대가 오는데 과연 어느 화주가 경쟁력이 없는 코레일에 일감을 맡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도 거대한 대륙을 잇기 위해 철도망을 확충, 운영하고 있지만 외국 업체나 민간에 개방해놓고 있다. 외국 업체의 경우 현지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하는 것이지만 중국의 성과 성을 잇는 철도에 외국 철도회사들이 지분을 투자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닐 정도로 경쟁체제가 일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코레일은 중국 어느 노선에도 투자해놓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은 지금과 같은 부채비율로는 신규투자를 할 수 없고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도 불가능하다"며 "특히 지금과 같은 비용구조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으로 유라시아 철도 등이 코레일에는 더 없는 황금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코레일은 이런 미래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를 계속해서 말도 안되는 '민영화 논리'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계 어디에도 코레일처럼 여객과 물류를 한꺼번에 운영하는 곳은 없다"며 "코레일이 자꾸 추세를 역행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면서 국가경쟁력도 동시에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의 비용경쟁력은 말하기 창피할 정도인데 연간 4,0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8,000억원"이라며 "이런 회사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토로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던 노키아 등도 혁신에 실패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며 "철도 개혁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코레일의 미래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큰 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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